뉴스 세상

북한 해커부대 실력 CIA 뺨칠 정도라고

daum an 2009. 7. 12. 21:44

북한 해커부대 실력 CIA 뺨칠 정도라고
<추천칼럼> 최첨단 컴퓨터 앞에서 아직도 뭐든지 북한 탓?
 

 

모래밭뿐인 이집트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 찬란한 고대문화가 꽃피었던 이유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단언했었다. 나일강이 아스완에서 지중해까지 이집트 영토 l500㎞를 관통하는 동안 상류에서부터 쓸려온 많은 유사(流砂)로 인해 약 2만㎢에 달하는 거대한 나일델타가 형성됐고 하운의 발달로 물자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진 가운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홍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력과 기하학, 건축술, 천문학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걸 영국의 문명사학자 A. J.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라는 말로 응축했었다.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 문명발달을 주도해왔다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들이 10만32㎢의 좁은 땅덩어리 위에서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을 넘볼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도 숱한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응전해왔기 때문이라는 데 토를 달지 못한다. 역설적이지만 북한과의 체제우위 경쟁이 경제를 부흥시켰고 박정희 군사독재 때문에 되레 민주주의에로의 이행이 가속화됐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도전과 응전’의 관점에서 보면 컴퓨터 기술 발달 또한 ‘해커(hacker)’들의 도전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ack’의 가까운 뿌리는 ‘잘게 썰어 도막내다’라는 의미의 중세저지독일어 ‘hacken’, 그 말을 컴퓨터 개발 초기단계인 1950년대 MIT 학생들이 ‘컴퓨터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 열광한다’라는 의미의 은어로 차용했는데, 이후 호기심과 장난의 도를 넘어 타인의 컴퓨터에 불법 침입하여 데이터를 훔치거나 작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행위가 늘어나면서 범죄의 일종이 돼버렸고, 그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해왔다는 것은 불법 다운로드 게임 즐기는 코흘리개들도 다 안다.
 
일부에서는 기술을 뽐내거나 재미로 골탕 먹이기 위해 해킹하는 사람을 ‘크래커(cracker)’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해커’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재미와 스릴과 기술이 없어 잘 통용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해커’는 IT 보안 기술의 최첨단 전사들로서 전 세계 각국에서 해킹 경진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예산을 들여 해커들을 육성하기도 한다. 
 
한국과미국의 주요 웹사이트에 대해 DDoS(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가한 악성코드 중 스팸메일을 보내는 악성코드까지 발견돼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에서 뚜렷한 증거도 없이 해킹 주체로 북한 또는 북한 추종세력을 지목하면서 “남북간에 사이버 전쟁이 벌어졌다”느니 “북한 해커부대는 CIA 뺨칠 정도”라느니 호들갑들을 떨어 어처구니가 없다.

설사 북한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그걸 입증하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관리하는 IP를 부여받지 못해 중국인터넷서비스업체 서비스를 받는 수준의 북한이 그런 고도의 해킹을 감행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북한배후설’은 국정원이 테러방지법과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 등 ‘국정원 강화법’ 추진 근거로 삼기위해 지어낸 선전선동이 아니냐고 눈 흘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꽅통 신문들은 미확인 취재원의 입을 빌려 ‘북한 배후설’을 끝까지 주장하고 있어 쓴웃음을 머금게 한다. 
 
아직도 뭐든지 북한 탓? 그러고도 북한과 사이가 좋아지기를 바라나? 북한을 무조건 ‘나쁜 놈’으로 만들어 민족을 이간시키면서 독재와 사리사욕을 추구해온 사람들의 더러운 관성을 보는 듯하다.

손으로는 민주화 시대 최첨단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케케묵은 개발독재 시절의 주판알 튕기고 있다는 조롱이 절로 나온다. 남한을 미제 앞잡이로 매도하면서 선군정치가 어쩌고 저쩌고 권력을 대물림하는 북한이나 뭐든지 북한 탓으로 돌리는 남한이나 오십보백보, 하긴 그런 지저분한 골육상쟁 또한 인류 문명사적으로 보면 매우 심각한 도전의 일종이어서 그에 대한 응전으로 한반도 사회가 더욱 더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더 할 말이 없지만.

출처:브레이크뉴스 채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