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상

도시와 만나는 4대강 ‘디자인 한국’을 완성한다

daum an 2009. 6. 18. 19:48

도시와 만나는 4대강 ‘디자인 한국’을 완성한다

 

기획 취재팀 /시사우리신문

 

 

독일, 프랑스 등 환경 선진국들은 수변지역을 활용해 경제발전을 이루고 삶의 질을 높여왔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서도 국토 디자인을 새롭게 정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적 디자인 테마와 전략이 필요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국토와 도시공간의 창출에 있어서 중요한 기회다. 특히 4대강 살리기는 그동안 홀대받아온 수변지역을 국토의 중심이 되는 삶의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계기라 할 수 있다.

이미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은 하천 정비를 도시 정비와 연계해 국토 디자인을 재창조하는 계기로 삼아왔다.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하펜시티는 알스터 인공호수를 엘베 강과 연계하고 수변지역에 획기적인 건축물을 세워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우리도 4대강 살리기를 계기로 수변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강이 가까워졌어
 
우리나라 수변지역의 문제점은 크게 4가지 사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도로와 제방이 막고 있어 도심에서 강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강과 도시가 단절되어 강 주변이 변두리처럼 방치되고 있다. 둘째, 하천 정비와 도시계획이 별개로 추진되어 수변공간을 기능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 즉, 수변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둔치와 같은 주변지역의 토지를 그저 산책로나 체육공원 등으로 이용하는 등 단순 활용에 머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과 하천 주변의 미적 연출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강 주변엔 콘크리트 제방과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난립해 있을 뿐이다. 지방의 경우는 더 심해서 비닐하우스, 축사, 무질서한 건축물 등이 단조롭게 늘어서 있다.

지역별 디자인 테마 선정, 입체적 개발해야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변공간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에 대한 디자인의 목표와 추진전략을 먼저 설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토의 수변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세운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심에서 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고 둘째, 강과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탄생시키며 셋째, 둔치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넷째, 수변지역을 심미적 공간으로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부 실천전략은 다음과 같다.  

녹색 보행길 및 지하차로를 설치한 한강르네상스 조감도.
녹색 보행길 및 지하차로를 설치한 한강르네상스 조감도.
 
먼저 도로와 제방을 신설할 때부터 도시에서 강과 하천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이 도시를 통과하는 경우라면 제방 위 도로 신설은 지양한다.

또 기존에 있는 제방 위의 도로는 교통계획과 연계해 보행녹도(Green-way)로 만들거나 차선의 수를 축소한다. 지하차로나 우회로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도시와 강 주변을 연결하는 보행자 및 자전거 통로를 만들고 지하도와 보행육교 등을 설치한다. 제방은 계단형으로 하거나 완만한 경사를 두어 시민과 지역주민들의 접근이 쉬워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강과 도심의 연결이 용이해지려면 도심과 수변을 잇는 보행녹도나 공원, 녹지계획이 필수적이다. 도심과 수변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망이나 대중교통망 확충 또한 요구된다.  

둘째, 수변중심 도시로 재탄생하려면 강과 하천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도록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즉 기존처럼 강 주변을 단순한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만 활용할 게 아니라 양질의 주거, 업무, 여가, 생활공간으로 적극 조성해야 할 것이다.   

강과 하천에 그 도시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호주 시드니만의 오페라하우스나 스페인 빌바오시의 구겐하임 박물관은 그 자체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시의 상징물이다. 해당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특징을 반영한 수준 높은 공공청사,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문화시설이 랜드마크가 된다면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변지역의 재개발에 성공한 프랑스 리옹의 론 강.
수변지역의 재개발에 성공한 프랑스 리옹의 론 강.
 
셋째, 둔치의 적극적 활용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침수 정도와 제방 안쪽 도시지역의 토지이용을 고려해 제방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다. 수중보를 설치해 수량을 확보하고 호안을 경사가 완만하게 조성한다. 강에 인접해 산책로와 자전거길 순으로 배치하되 둔치 폭이 넓은 경우엔 산책로와 자전거길 사이에 다양한 프로그램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리옹은 론 강 주변의 둔치를 재활용한 좋은 예다. 3년 전만 해도 주차장으로 빽빽했던 수변지역을 재개발해 강 옆을 따라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내어 시민들의 공간으로서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강 주변 숲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산책로와 자전거길, 벤치 등의 휴식시설을 함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디자인 연출이 우선돼야 한다. 통합적인 디자인정책 아래서만 강과 하천 주변에 신축되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이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확 트이면서도 점진적인 높이 변화로 드라마틱한 인상을 주는 스카이라인은 도시의 미학적 설계의 주요 요소이다. 이를 위해 특별건축구역 지정, 현상 설계 도입 등으로 디자인이 우수한 건축물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지역마다 디자인 테마를 설정해 통합적인 디자인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디자인 테마는 강과 주변지역의 지형조건, 경관, 역사·문화적 조건 등을 고려해 설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호안, 둔치, 제방, 가로시설물 등도 개별적이거나 평면적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디자인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천 정비계획과 도시계획 간 연계성도 강화되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수변공간 디자인 전략은 향후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 전략 아래 지역 특성에 맞는 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4대강 살리기를 계기로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에 불과했던 강 주변의 공간이 도시를 재디자인하게 될 것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줄기가 도시에 생기를 주고 우리의 삶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이범현(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