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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성주지구 이주민 `버려진 10년'…이주대책 촉구

daum an 2009. 3. 28. 01:09

창원시 성주지구 이주민 `버려진 10년'…이주대책 촉구
6만원에 사간땅, 50만원에 되팔더니…용도변경까지 안돼 `이주민 울상'
 
정미라 기자
【서울=뉴스웨이 정미라 기자】"매입할 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헤치우더니, 이주대책은 나몰라라... 이게 벌써 10년 입니다".
 
창원시 성주지구 이주민들의 속은 검게 타들어 간다. 가만 들여다 봤더니, 시와 이주민은 이주택지 공급 문제를 놓고 벌써 10년째 줄다리기 중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으레 발생하는 문제다 싶지만, 이주민들이 살던 자리엔 현재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분양까지 마친 상태라니... 집 지을 돈이 없어, 시와 기나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주민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군다나 도시개발 이주대책에 따라 성주지구 이주·철거민들에게 택지가 우선적으로 공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는 "합법적이었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어 좀처럼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99년, 창원시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당시 불모산과 외리·내리·삼정자동 3개 마을 등 성주지구 일대 약 105만7,856㎡(32만평)을 전면 매수한다. 문제는 창원시가 350세대의 철거민들로부터 땅을 매입하면서 '3.3058㎡(1평 기준) 당 6만원'이라는 터무니 없는 보상금을 지불하더니, 시공사인 D건설사로부터 부지를 193만원에 매각하면서 돌출됐다.
 
이주민들은 "'수령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된다'고 협박해 '6만 원'이란 헐값에 땅을 팔아야 했다"고 당시의 억울함을 호소해 본다. 
 
"보상금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토지 용도변경만 해달라는 건데..."
 
시가 주민들에게 땅을 매각해 건설사로 하여금 폭리를 취한 것도 억울하지만 이주민들의 진짜 설움은 당장에 집짓고 살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이주민들이 "보상금 문제는 둘째치고서라도 '당장에 살 수 있는 이주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올라버린 땅값과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이주택지의 문제점 때문이다.
 
이주민들은 몇 년을 싸워, '고향의 땅을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겠다'는 심정으로 '105만7,856㎡ 중 6만6,116㎡(2만평)을 이주택지로 조성하겠다'는 시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왠걸, 시가 지정해준 이주택지는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묶여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시는 이주민들에게 이주택지 감정가가 '3.3058㎦ 당 50만원'이라며 '6만원'에 사들인 땅을 몇 배로 불려 폭리까지 취하려 했다는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이들의 바람은 하나다. 시가 이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제한된 부지 용도를 '1종 일반'으로 바꿔 주는 것. 1종 전용주거지역에선 단독주택 밖에 지을 수 없지만 1종 일반은 그래도 4층짜리 빌라 정도는 지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용도변경에 대한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이주민들은 보상금이 꽤 오래전 지급됐던 탓에 먹고 살기 빠듯했던 어느 이주민은 돈을 다 써버려 거리로 나 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며, 창원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주택지에 집을 짓는다 하더라도 몇 배 이상의 손실은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그래도 이주민들은 "1가구 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1종 전용주거지역 보다는, 4층짜리 빌라라도 짓게끔 용도를 '1종 일반'으로 변경해 준다면 4가구가 보상금을 모아 땅도 사고 집도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시의 용도변경을 촉구한다.
 
하지만 청주시청 관계자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주대책과 보상이 진행되었고, 이제와 용도변경을 추진할 순 없다"는 전형적인 태도다.
 
덧붙여 "전용주거지 지정은 토지이용계획에 따른 것으로, 주택과 같은 일반 주거지를 만들다 보면 판매시설이 들어오고, 이상한 술집도 들어서면서 조용한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고 용도변경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파트 부지는 내어주고, 정작 이주민 용도변경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토지 용도변경에 대한 전례가 없었던 걸까? 성주지구 이주민 A씨는 "우리를 위해 조성되고 있는 이주택지 뿐만 아니라, 성주지구 내에 똑같은 '1종 전용주거지역'이 있었다"며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다. 창원시가 "'아파트를 지어야 겠다'며 용도변경을 신청했던 D건설사 부지를 3종으로 바꿔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3종이면 30층 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시는 "용도변경을 한 것이 아니라, 당초 아파트를 건립하려했던 지역에 소음문제가 돌출되어 아파트를 지을 수 없어 자리를 옮겼을 뿐"이라며 "아파트 건립 부지를 이쪽으로 옮기면서 당초 계획했던 자리에는 산업시설이 들어섰다"며 해명했다. 즉, 시의 주장은 용도변경은 아니고, 부지의 사용을 다른 부지와 대체 혹은 이동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는 앞서 이주택지 분양가와 관련 "이주민 50% 이상이 분양을 받아갔고, 감정가가 아니라 최소한의 택지 조성 원가가 50만원이다"라고 전하고 있어, 이주택지 매입 부담에 60%나 되는 양도세 부담까지 느끼고 있는 이주민 간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주민들이 창원시에 촉구하고 있는 이주택지 매매 부담 완화와 용도변경 등 이주대책 마련은 어제, 오늘 일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예전의 '평화로운 시골마을 주민'들이 아닌 '성난 주민'들로 돌변한 이들은 앞으로도 시에 항의하여 최소한의 이주민 권리를 찾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