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세상

학생들 체육시설에 살림집 차린 재단이사장

daum an 2009. 2. 26. 19:52

학생들 체육시설에 살림집 차린 재단이사장
창녕공고, 교육시설 불법으로 주거로 변경 사용

 

김욱 기자=창녕신문

 

▲ 창녕공고 이사장이 주거용으로 불법 변경해 사용하고 있는 도서관 전경. 맨아래 1층 탁구장을 개조해 이사장이 살고 있다. 공사중인 인부들과 도서관 건립에 도움을 준 동문회를 기념하는 공적비.(맨 위부터)
 학교측, 주거 겸 집무실로 활용 계획

도 교육청, 명백한 불법 시정조치 할 것


“학생들이 이용하는 탁구장을 재단 이사장이 뺏는 것이 교육자로서 해야 할 행태인가”

창녕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던 체육시설을 재단 이사장이 주거로 사용하기 위해 무단으로 개조하고 있어 비난이 예상된다. 학교시설은 교육과 관련 없는 용도로는 일체 변경이 불가하며, 특히 개인의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학교법인 학산의숙 윤 모 이사장은 지난달 말경, 창녕읍내 모 아파트에서 가구등을 학생들의 여가시설인 창녕공고 내 학산 도서관 1층의 탁구장으로 옮기고 현재 주거용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5일 기자가 학교를 찾았을 때 현관입구의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으며, 가정부인 듯한 한 여성은 “5일전에 이사장님이 이곳에서 살기 위해 이사를 왔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이미 침실로 사용될 방 공사를 마친 상태였으며, 거실에는 냉장고와 쇼파, 주방가구등이 비치되어 있어 이미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학교관계자는 “이사장이 살고 있던 아파트 주인이 10일안에 집을 비우라고 해 부랴부랴 학교로 이사를 하게 됐다”면서 “주거는 물론 집무실과 회의실 용도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창녕공고 본관 행정실 옆에 이사장 전용사무실과 법인사무국이 마련되어 있어 그의 해명은 궁색하게 들린다. 그의 말대로라면 학교내에 이사장 집무실이 두 개씩이나 존재하게 되고 이에 비례해 학생들이 활용할 학교시설이 줄어드는 결과가 된다.


특히, 이사장이 주거용으로 사용할 도서관 1층은 그동안 바로 옆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의 여가 활용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학생들은 걸어서 5분 가량 걸리는 체육관으로 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특히, 이 도서관은 지난 2006년 11월 21일 학교 이전시, 모 건설사 대표와 이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이 상당한 금액을 모금해 건립한 것으로 재단 이사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총동창회 박모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이사장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면서 “이사장으로부터 며칠전 전화가 와 ‘다리가 불편해서 그러니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해와 동의를 해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교직원을 위한 아파트가 조성되어 있어, 이사장이 급박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이곳을 사용해도 무방함에도 굳이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을 뺏는 것은 교육 이념에도 어긋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b>주거용 개조는 명백한 불법</b>


학교 시설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은 현행 관련 법규상 명백한 불법이다. 도 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김상우 담당자는 “학교 시설을 용도변경하려면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며 특히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면서 “이사장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으로 시정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정조치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운영비 지원 삭감등 불이익 조치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창녕교육청 시설과 담당자는 “목적물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 데 이사장의 주거용은 이치적으로 맞지 않다”며 “수업재량권에 의해 교장의 판단에 따라 교육관련 시설로의 변경은 가능하지만 주거용으로 변경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 학부모는 “교육시설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학습권 침해로 관계당국의 엄정한 조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한편, 창녕공고 법인 사무국 국장이라고 밝힌 모씨는 “왜 허락없이 살림을 살고 있는 곳에 들어가 사진을 촬영하느냐”고 항의를 해왔다. 그는 “교육시설을 누구 허락받고 주거용으로 불법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반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행정실 관계자에게 이사장과의 통화를 부탁했으나, 본지 원고 마감시각까지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용도변경 승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차 시도했으나, 그 마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전국의 학교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엔 학교 주변 주민들에게 학교를 개방하는 추세에 창녕공고를 마치 재단의 사유물로 여기는 듯한 그의 말에 전교조가 주장하는 ‘사립교육법 개혁’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될 것 같다.<김 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