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세상

삶이 힘들고 고달프면 가라, 시골 5일장으로…

daum an 2013. 12. 12. 15:25

문인들이나 옛 선인들의 글을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삶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고달프고 힘들 때엔 시골 장터로 가라” 그들은 왜 밑도 끝도 없이 시골 장터를 찾으라는 글을 남겼을까. 정답은 시골장터를 찾으면 바로 나온다.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술정리 일대에 위치한 창녕읍장은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 장이다. 교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1960~1980년대 까지만 해도 창녕읍장은 해산물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대구, 구미등 경북 지방에서 활동하던 중간상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 창녕읍장터를 가다. 농업인들이 직접 재배한 마늘, 고추,배추, 양파를 고객들과 직거래 방식의 즉석 경매가 열.리고 있는 창녕읍 오리정.    © 시사우리신문편집국

“대형마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전통시장엔 사람의 정과 깎는 맛은 못 따라 올겁니다” “손님들이 대형 마트를 찾는 통에전통시장을 찾은 이들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입니더”
 
40여 Km 남짓 떨어진 마산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넘쳐 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해안가 지방인 마산, 창원, 부산등지에서는 10월이면 김장거리로 배추, 고추, 마늘을 사기 위해 창녕장터를 찾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옛 창녕관 아 에서 정확 하 게 5리(2Km) 떨어졌다해서 붙여진‘ 오리정’에는 농업인들이 올해 수확한 양파, 마늘, 고추를 농협 공판장을 통하지 않고고객들과 직거래 하는 즉석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1천여평의 밭에 마늘 농사를 지었다는 이철우(47세)씨는 “오늘 경매에서 Kg당 1,300원을 받았는 데 인부삯, 비료대금, 종자값을 빼고 나니 정확하게 2천만원 손해를 봤다”며 한숨을 내쉰다.

 

▲ ‘창녕의 대표적 맛으로 급부상하고있는‘ 수구레 국밥’을 왕순이 수구레식당 주인 김인옥씨가 한솥 끓여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 © 시사우리신문편집국

올해 마늘과 양파는 수확 보름전에 내린 비로 알이 굵어 예년보다 풍작을 이룬데다, 중국산 마늘이 대거 수입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다 정부의 물 가안정시책으로 각 지역 농협이 수매가를 농업인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저가로 정한 탓에 마늘 양파 재배 농가의 시름은 더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KBS-2TV의‘ 1박2일’이란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듯이 창녕읍장터는‘ 전국 5대 장터’에 속한다.

 

▲ 등산복, 몸빼이, 블라우스 등 입고 걸치는 모든 것(?)을 파는 이조형(64세)·박순애(61세) 부부가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 시사우리신문편집국

보물 제310호인 창녕 석빙고를 머리에 이고 있는 창녕장터의 상인 절반은 이 장터에서 짧게는 2대 길게는 5대를 이어 장사를 해오고 있는 토박이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외지 상인들이 그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창녕 축협에서 시작되는 장터 초입을 들어서면 각종 농업인들과 불가근 불가 원인 농약방과 냄비, 후라이팬, 컵들이반긴다. 앉은 모양새를 보면 열 살 남짓한 기집애 같은 왜소한 할머니 몇 분이도로 양족으로 띄엄띄엄 앉아 텃밭에서 기른 부추와 가지, 고추를 한줌 놓고‘한단에 천원만 도라’라며 연신 호객행위를 한다.

 

▲ 박전연씨(62세)는 20년동안 한 자리에서 오직 연근만 팔아오고 있다.     © 시사우리신문편집국

영산면 죽사2구에서 오신 박춘자(70세) 할머니는 누가 사갈까?하는 의문이들 정도의 채소, 호박잎과 팥종자, 산에서 직접 땄다는 지피(계피) 한종지를 검정 비닐 봉지에 싸와 팔고 계셨다. “요거 다 팔면 얼맙니꺼” “ㅎㅎ 다 팔아봤자 3만원이나 댈랑가 모르것다” 박 할머니가 창녕장터를 찾은 지는 어언 30년이 넘었단다. 이 장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해 시커먼 아들 넷을 출가 시켰다.

 

▲ 싱싱한 해산물로 가득한 배말석(64세)·이분이(59세) 부부의 보경수산 어물전.     © 시사우리신문편집국

바로 옆에는 도천면에서 왔다는 함철수씨(62세)가 배추 모종 몇 판을 놓고 있었다. “배추 모종이 끝나면 한달 보름후에는 양파 모종을 팔러 올겁니다”함씨는 철에 맞는 고추, 오이, 토마토,감자 모종을 집 하우스에서 생산해 장날마다 팔고 있었다.이런 저런 구경을 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코 끝엔 침샘을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가 와 닿는 다. 언젠가 어디선가 반드시 한번 이상은 맡아본 냄새다.
 
굳이 TV 방영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창녕사람이면 다 아는 수구레 국밥이다. 한 자리에서 시어머니때부터 2대때 35년간 고향을 지켜온 김인옥씨가 운영하는 ‘왕순이 수구레 국밥집’의 무쇠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수구레 국밥은 한우 잡뼈로 낸 육수에 그날 그날 납품받아 삶은 선지와 콩나물, 대파, 수구레를 넣어 기름기를 제거한 뒤 뚝배기에 내 놓은다.
 
부산과 대구, 경기도에서 이 국밥을 먹기 위해 몇 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이들도 많을 정도로 인기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난장에서 파는 서너군데 수구레 국밥집도 제 각각의 맛을 지니고 있어 현지인과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다.
 
“불과 십 수년전만해도 마산에서 가져온 꽁치를 차에서 내리면 서로 사기 위해 싸움판이 벌어지 정도 였지예...ㅋ”“채소값이 너무 올라 파는 저도 미안해 어쩔줄을 모르겠네요”
 
 
왕순이 국밥집 맞은 편엔 제법 큰 규모의 옷가게가 위치하고 있다. 이조형(64세)·박순애(61세) 부부가 파는 제품은 등산복에서부터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블라우스와 몸빼이 바지, 티셔츠, 장갑, 양말등 몸에 걸치고 끼워 입는 모든 것들이 구비되어 있다. “하루 매상은 40~100만원으로 1남1녀 두 자식 모두 대학공부시켰지요. 좀더 벌어 자식들집 한 채 장만하는 게 우리 부부의 희망사항입니다” 얼굴은 시커멓게 그을렸지만, 마음은 순백의 수련화같이 화사함이 베어 있었다.20년째 한 자리에서 오직 연근만을 팔아오고 있는 박전연씨(62세)는 3년전만해도 시장통에서 잉꼬부부로 불리울 정도로 부부애가 애틋했던 남편과 함께 장사를 했었다.

 

▲ 미꾸라지, 붕어, 잉어, 민물장어는 시골장터의 큰 구경거리중 하나다.     © 시사우리신문편집국

4개월동안 놀다가 오늘 처음 햇 연근을 가지고 나왓다는 박씨는 “비록 혼자이지만 시장 사람들과의 정이 그리워 혼자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제 옆에는 남편이 항상 있다는 느낌입니다”남편을 들먹이던 박씨의 눈가가 촉촉이젖었다.
 
남쪽으로 나 있는 시장통 양쪽에는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는 싱싱한 전어회, 닭강정, 즉석 어묵, 꽈배기, 무좀 등 피부병에 탁월하다는 호랑이 기름, 검은 깨가 섞인 손두부가 굳게 닫힌 지갑의 지퍼를 열게 한다.
 
어물전에는 창녕 우포 늪 인근에서 갓 잡았다는 미꾸라지와 붕어, 잉어가 큰 대야에서 잠시후의 운명도 모른채 여유자적 유영을 즐기고 있는 모습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불과 십 수년전만해도 마산에서 가져온 꽁치를 차에서 내리면 서로 사기 위해 싸움판이 벌어지 정도 였지예...ㅋ”
 
25년째 해산물을 팔고 있는 보경수산의 배말석(64세)·이분이(59세) 부부의어물전도 고객들로 넘쳐났다. 마산과 부산에서 들여온 국내산과 원양산 해산물만 고집한다는 이곳엔 생갈치, 먹갈치, 문어, 고등어, 게, 조기, 민어가 시원한 얼음 밑에서 손님들을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어물전 바 로 옆엔 육지 고기인 돼지족발과 오리, 닭, 쇠고기를 취급하는 대성축산(박순복, 감찬수 부부)이 자리 잡고 있다. “손님들이 대형 마트를 찾는 통에 전통시장을 찾은 이들이 점점 줄어 들어 걱정입니더” 8년동안 시장통을 지켰다는 박순복씨(53세)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대형 마트로 전통시장이 사장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대형마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전통시장엔 사람의 정과 깎는 맛은 못 따라 올겁니다” 박씨는 보다 신선한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한다면 대형 마트도 문제 없을 거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4대강 사업 전만해도 유어면 낙동강 둔치에서 재배된 대파와 배추, 땅콩, 고구마가 주를 이뤘는 데, 지금은 대부분 외지에서 들여와 안타깝다는 서순득(56세.성동부식)씨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파는 저도 미안해 어쩔줄을 모르겠네요”라며 한숨을 쉰다.
 
시집와 애기를 낳고 어느 정도 키운다음 장사를 시작해 올해로 20년이 되었다는 그는 ‘고향을 지키는 주부들의 모임’의 회장을 지낼 정도로 각종 봉사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갓 태어난지 몇일에서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와 오리새끼, 강아지들을 사고 파는 개전(개,닭, 오리들 파는 곳)도 볼거리로 손꼽히며, 직접 재배한 깨를 기름으로 짜내는 방앗간은 할머니들의 사랑방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 시골장터다.
 
창녕읍 5일장은 한발 더 나아가 고대비화가야와 조선시대의 화려한 문화유산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 더욱 좋다.취재를 마칠 즈음, 하루 종일 왁지지껄했던 장도 파장을 맞았다. 우포늪 너머로 붉은 12월의 황혼이 짙은 걸 봐선 내일은 더 밝은 태양이 떠오를 것 같았다.
 
☞창녕시장은
창녕시장은 현대화가 막 시작되던 지난 1947년 공식적으로 개장했다. 창녕군은 지난년 전통시장 활성화 일환사업으로 지난 2005년 6억원의 예산을 들여 입주 점포 72개의 아케이드를 건축해 상인들에게 분양했다. 현대식 공중화장실은 년 7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해 상인들과 내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장터인근에는 낙동강 얼음을 잘라 보관하던 석빙고가 있으며, 술정리 동탑, 창녕객사, 진흥황순수비, 가야왕릉이 도보로 5분 거리내에 위치해 있어 가족단위나 학생들의 문화유적 답사 방문지로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