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

“포옹하면 요금 깎아줄게” 택시기사 면허취소

daum an 2009. 7. 19. 00:00

<사건초점>“포옹하면 요금 깎아줄게” 택시기사 면허취소
대구고법, 자동차 이용한 범죄는 반드시 운전면허취소 경종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승객으로 탄 여고생에게 한번 포옹하게 해주면 택시비 2000원을 깎아주겠다던 제안했다가 도를 넘은 개인택시 운전자가 아예 택시를 끌 수 없는 처지에 놓여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
 
경찰이 택시기사의 행위를 자동차를 이용해 여성 승객을 강제추행한 것으로 판단해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했고, 법원도 경찰이 판단이 정당하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택시나 대리운전기사가 취객인 여성 고객을 상대로 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상당히 있어, 강제추행의 경중이나 피해자와의 합의여부 등을 불문하고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 반드시 운전면허가 취소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A씨는 지난해 6월2일 오후 10시45분께 손님으로 B(17·여)양을 태우고 가던 중 경북 고령군에 있는 금산재 인근에 이르러 B양에게 한번 포옹하게 해 주면 택시요금 2000원을 깎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B양이 이를 허락해 포옹을 하게 된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B양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수치스러운 방법으로 강제추행했다.
 
이후 A씨는 강제추행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B양과 합의해 고소가 취소됨으로써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구지방경찰청장은 A씨가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A씨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가 불복해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도로교통법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강제추행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 사안의 경중, 피해자와의 합의여부를 불문하고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토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개인택시를 운전해 뇌성마비에 걸린 처와 자녀를 부양하는데, 면허취소로 가족들의 생계유지가 곤란해지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해자에게도 추행을 유발한 과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A씨는 또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를 했을 때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필수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토록 한 규정은 위헌적 요소가 농후하고, 범죄행위가 있음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할 경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해야 하는데,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후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우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A씨가 대구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92조 제2호에 의하면, 자동차를 도구나 장소를 이용해 강제추행의 범죄행위를 한 사람은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에게 원고의 운전면허에 대한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할 뿐, 행정처분에 있어 범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청으로서는 처분 사유가 되는 범죄행위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이 있기 전이라도 독자적으로 처분 사유가 되는 범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 행정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운전면허취소 처분을 했다는 이유만으
로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구고법은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한 때를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한 것은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예방함으로써 도로교통의 안전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한 자에게 다시 운전을 못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므로 자동차를 이용한 강제추행의 범죄행위 외에 고소가 있어 소추·처벌되어야만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 아니라, 강제추행의 범죄행위 성립이 인정되면 바로 이에 해당하고, 경찰은 재량의 여지없이 반드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해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 그 위반행위를 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해야만 다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A씨는 자동차운전면허취소로 개인택시운수사업자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어 막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