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상

죽은권력에 칼댄 산 권력 최정점 누구냐?

daum an 2009. 5. 9. 21:10

죽은권력에 칼댄 산 권력 최정점 누구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세력 잡아들인 숨은 손 탐색

 

 

 

노무현이 지난 4월30일 대검 청사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난 이후 정치권에는 몇 가지 기류가 만들어 졌다. 그를 구속해서 재판하느냐, 불구속 재판토록 하느냐는 문제가 첫 기류였다. 이어 이명박 정권하에서 노무현과 그 세력을 탄압하는 정치보복이 자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는 것이다. 노건평, 박연차, 강금원, 이광재, 정상문이 구속됐고, 이후 더 구속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은 종국적으로 산 권력이 죽은 권력을  잡고 있는 만큼, 보이지 않는 손들이 노리는 무언가 큰 것이 있을 것이라 추측이 가능해진다.

노무현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유시민이었다. 그는 노무현 정권 하에서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 4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봄비가 내립니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에서 “이명박 정권의 '전임 대통령 모욕주기 공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고 이 공작의 칼날에서 벗어나기를 기원 한다”라고 했다. “공작의 칼날”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노무현이 검찰에 소환되는 날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되살리는 이명박 대통령은 어리석은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옛날에는 군인들이 정치를 했는데 요즘은 검사들이 정치를 하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향해 '정치보복'이란 말을 쏟아낸 것이다.

김근태는 노무현 정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4월28일 개인성명을 냈다. 이 성명에서 “노무현에 대한 검찰수사의 본질은 정치보복”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 “현실 권력의 치부에 대해 눈감고 있는 검찰의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권을 검찰에 돌려줬다. 그러나 현 검찰은 돌려받은 검찰권을 다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헌납하였다”고 비난했다.
 
노무현 수사 '기축사화'로 표현
 
'정치보복'이란 용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강도가 더해졌다. 우상호 민주당 전 의원이 유시민의 정치보복론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5월2일 블로그에 “노무현 구속하면 대규모 저항 부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노무현을 변호하는 글 가운데 가장 강성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을 역사적 사건으로 접근, '기축사화(己丑士禍)'로 보았다.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관련 사법처리는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에 의한 사화(士禍)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시도는 청와대의 기획이나 현직 대통령의 재가없이 시작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단독보고 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하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기획에 의한 수사라는 심증을 더더욱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구속수사 검토, 혹은 사전 구속영장 검토라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잡아들인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라고 따졌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 진짜 너무 하네! 더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건가?’ 잘못이 있는 사람들을 사법처리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접근법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인신구속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암시하거나 떠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상호는 이명박 정권의 비판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머어마한 용어(?)를 썼다. “정치적 저항운동을 부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 시도는, 그 시도만으로도 국민통합을 깨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보복' 실세 과연 누구?
 

 

 

▲ 박연차 게이트 관련 4월 30일 오후 서울대검찰청에 출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포토라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면 유시민-김근태-우상호가 주장하는 '정치보복'의 실세는 과연 누구일까?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친노성향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노무현이 검찰소환을 받는 날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그는 5월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졸렬하다’고 비판하면서 정치보복론에 가세했다. 그는 “이미 김근태 전 장관도 ‘치졸한 정치보복이다’ 이런 표현을 썼는데,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께서 펼치는 속 좁은 국정운영의 한 스타일이 여기에도 반영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백 의원은 최초로 이명박 대통령 이 사건의 그 배후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청와대에 근무해 본 적이 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이 정도 사안에는 분명히 실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못 박고 “이 정도 국가적으로 떠들썩한 문제를 대통령이 보고 받지 않을 리가 없고, 대통령이 보고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코멘트 하는 부분들이 수사진에게 전달되는 것은 당연히 청와대 비서진들의 역할이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이번 수사의 많은 부분들이 이명박 대통령께서 갖고 있는 입장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일부 전-혁직 정치인이 노무현의 검찰조사를 정치보복으로 몰아부치고 있지만 정작 힘을 쥐고 있는 산 권력의 심장부랄 수 있는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노무현이 검찰조사를 받는 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오늘 검찰이 아닌 국민 앞에 진술하는 것이다”라는 짤막한 논평을 냈다. 이 논평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신은 구시대의 막내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이 불미스런 일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침표가 되기를 염원한다. 검찰에 불려 다니는 전직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간다. 그런 사건인 만큼, 검찰은 신중하게, 철저한 증거에 의해 수사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닌, 변호사가 아닌, 자연인 노무현으로서의 진실을 성실히 밝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을 신문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곧 국민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 정도의 말만하고 침묵하고 있다. 무서운 고요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노무현 구속-불구속은 눈앞의 한 사안일 뿐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판사출신이다. 그래서 노무현 사건이 어찌 흘러갈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주무르고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검찰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6일 당5역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검찰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검찰의 신뢰와 권위가 상실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소환 절차가 사실상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해서 1회에 끝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자료 확보가 필수적인 것”이었다면서 “검찰은 사전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른 사람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그 결론을 미루고 있다. 이것은 사전준비가 미흡했거나 그렇지 않다면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미루든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검찰의 신뢰에는 크게 금이 가게 됐다.  더구나 지금 검찰총장의 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이유가 검찰 내부의 박연차 관련자들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엄정하게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정치검찰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것은 국가의 근본 기강이 흔들리는 중대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검찰이 할 일은 분명하다. 신속하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검찰의  갈 길을 제시했다.
 
구속-불구속 놓고 권언 핑퐁
 
그리고 이미 노무현의 진로인 구속과 불구속을 놓고 언론과 권력기관 간의 게임에서 그 결과가 노출됐다. 권력기관-큰 언론간의 핑퐁게임은 불구속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시사한 것이다. KBS는 5월3일 밤 뉴스에서 노무현은 구속에 대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을 보도했다. 검찰은 구속을, 법무부는 불구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5월 4일에 내 해명자료에서 “KBS 9시 뉴스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보도내용은 명백한 오보”라고 했다. KBS는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1일 모처에서 밤을 지새며 노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명백한데다 법치라는 원칙에 비춰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었다.

조선일보는 5월 7일자 “국정원장, 검찰에 '노 불구속 해달라'” 제하의 톱기사에서 “극비리에 직원 보내 의견전달”이라고 보도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검찰 고위층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해달라고 종용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5월 7일 아침 “'국정원장, 검찰에 노 전 대통령 불구속 요청'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국가정보원은  “5월7일자 조선일보 1ㆍ3면 국정원장, 검찰에 ‘노 불구속 해달라’ 제하 보도와 관련, 검찰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및 사법처리 방향과 관련한 의견을 개진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국정원은 “검찰의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입장과 위치에 있지 않으며, 노 전 대통령 사법처리 방향 결정도 검찰의 고유 권한으로 국정원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지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은 한 토론회에서 싱가포르 리콴유 수상과 그 부모의 청렴함을 언급했다. 그는 “한 기자가 싱가포르에서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갔다가 다섯 번째 줄에 앉은 노부부를 보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당시 현직수상이었던 리콴유의 부모였다. 아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수상에도 불구하고 그들 부부는 1등석도 아닌 일반석에 앉아서는 평범한 시민들처럼 공연을 보고 있었고, 노부부는 기자의 질문에 “내 아들이 수상인거랑 극장 1등석이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고 한다“라면서 “리콴유의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시계포를 생업으로 해왔고, 수상의 아버지는 아들이 수상을 하는 동안에도 그대로 시계포를 운영하였다”고 했다. 리콴유와 노무현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이회창 총재는 이미 이 사건이 특검화 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그는 “검찰에게는 시간과의 싸움만이 남아 있다. 그리고 검찰 내부의 박연차 관련자에 대한 내용을 신속히 밝혀서 또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박연차와 관련된 정치인의 경우에는 그 이름이 쉽게 발표되고 오르내렸는데 검찰의 자기 집 식구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 말이 나오고 있지 않은 것 자체가 국민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어 “검찰이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노 전 대통령을 포함한 박연차 관련 사건은 통틀어 특검으로 넘겨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검찰의 신뢰와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도 검찰은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무현은 이미 죽은 권력의 심장부이고, 그 스스로도 잃을 것을 모두 잃었다. 털 것은 다 털어버려야 한국의 정치가 변할 수 있다. 박연차 리스트대로, 검찰도 이 기회에 자신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노, 모든것 잃고 처량한 신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30일 600만 달러 정도를 수수했다는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를 태운 대검의 버스가 봉하마을과 대검청사를 왕복하는 순간,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더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일반인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에게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노무현은 지금까지 명예를 먹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는 명예를 잃는 순간 모두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 구속과 불구속의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든, 구속되지 않고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든,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처량한 신세의 사람이 됐다.

노무현 사건으로 이명박 정권에 얻은 정치적인 이익은 과연 무엇일까? 노무현 사건은 이제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재판으로 넘어가 비리에 대한 재판 뉴스가 계속해서 언론에 흘러나올 것이다. 그래서 이 카드는 정치적으로 볼 때 다목적 카드이다. 도덕성을 무기로 집권했던 노무현의 비리혐의는 진보세력의 도덕성을 와르르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노무현 정권 하에선 서슬이 퍼랬던 참여연대 마저 노무현 비리에 대해 원칙론에 무게를 둔 논평을 냈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기에 수입쇠고기 관련 시위에 휘말려 비틀거렸다. 노무현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 중반마저 위협할지 모르는 저항세력을 일시에 제압하는 효과를 수반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김대중 세력에게도 집권세력의 강한 무기를 선보였다. 김대중과 그 세력에게도 언제든지 칼을 들이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 구도를 조기에 설정한 효과도 뒤따를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결론은 노무현 사건의 뒤에는 차기 집권을 노리는 한나라당의 실세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 권력의 최 정점인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이후의 큰 인물, 즉 차기 실세가 이 사건의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재집권을 원할 것이고, 차기 실세는 미리미리 승리구도를 만들려 할 것이다. 이 대통령과 보이지 않은 실세는 공통의 목적달성을 위해 긴 안목에서 이미 죽은 권력인 노무현의 사건을 터뜨렸고, 이 사건을 주도면밀하게 주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브레이크뉴스 문일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