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세상

MBC 'PD수첩', 청와대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

daum an 2010. 6. 28. 23:34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수사지시 공문. (이미지 제공:PD수첩 제작진) © 나눔뉴스 김용숙 기자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자, 공기업 종사자들의 비리를 암행 감찰하는 기관이다.
 
지난 5월 한 민간인이 이 기관에 의해 감시사찰을 받고 경찰,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는 제보가 PD수첩 제작진에게 전달됐다.
 
제보자는 공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간인이었다.
 
왜 수사권도 없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원관실은 그를 사찰하고 수사했을까? PD수첩에서 2달여간의 취재를 통해 정부의 민간인 사찰 전모를 공개했다.

▶ 감찰대상이었던 김종익 씨, PD수첩 독점취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한 사람은 전직 은행원 김종익 씨. 그는 국민은행에서 2005년 명예퇴직한 후 국민은행의 하청업체뉴스타트 한마음의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30여 년간 성실한 은행원, 중소기업의 대표로만 살았던 김종익 씨. 그랬던 그가 정부로부터 받은 고초를 알리고자 PD수첩을 찾았다.
 
그는 PD수첩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데 동참한 국무총리실의 고급 공무원들을 고발합니다. 이런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대한민국 정부를 고발합니다."라며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2008년, '쥐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BBK와 전과(前科)문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의료민영화 정책 등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으로 200여만 명의 네티즌이 접속한 동영상이었다. 그러나 이 동영상으로 인해 경찰의 조사를 받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종익 씨였다.
 
김 씨는 2008년 9월 후배인 국민은행 노무팀장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김종익 씨가 블로그에 '쥐코'영상을 링크했다는 이유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그를 조사하고 있었다는 것.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은 수개월 전부터 김종익 씨를 감시하고 있었다. (단,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PD수첩에 따르면, 그들은 김 씨의 회사에 하청을 주던 국민은행을 통해 압박을 가했다. 특히, 국민은행 남경우 부행장을 불러 김종익 씨를 조치하라고 압력행사했다.
 
이에 국민은행 간부들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하청을 주겠다."며 김 씨의 회사대표직 사임과 주식 이전을 강요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직접 김 씨의 회사를 찾아 회계 관련 자료들을 강제로 회수해 가는가 하면, 김종익 씨 회사 직원들을 국무총리실로 불러 취조하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자신들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경찰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공금횡령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가진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은 김종익 씨.
 
이 사건은 검찰까지 송치되어 2009년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한편, PD수첩은 김종익 씨 사건의 수사기록 내용 일체를 입수해 공개했다.
 
자료에는 먼저 국무총리실이 동작경찰서에 직접 보낸 공문에는 김 씨를 조사해야 하는 이유와 혐의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었다. 심지어 사찰의 압박으로 인한 충격으로 김 씨가 일본에 칩거해 있을 당시의 일본 내 연락처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전방위 수사가 이뤄진 것이다.
 
국무총리실장(장관급) 명의의 공문이 경찰청도 아닌 일선 경찰서에 직접 전해지는 것 자체가 유례없는 일이었다. 동작경찰서의 담당 경찰은 제작진에게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이 찾아와 수사를 의뢰했고 이후 수사는 공문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공문에는 김 씨가 실제로 활동하지 않았던 '노사모 핵심 멤버'라고 설명돼 있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 씨와 김 씨 회사의 관계자들을 불러 김씨가 노사모의 핵심 멤버인지, 김 씨가 촛불집회에 자금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집중 추궁했다.
 
김 씨의 고향이 강원도 평창이라는 사실 또한 사건의 핵심이었다. 바로 참여정부 핵심인사였던 이광재 전(前)의원과 같은 고향이었던 것. 취재 결과, 김 씨 외에도 참여정부 인사들을 후원했던 일반인들이 뚜렷한 혐의 없이 경찰,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PD수첩에 따르면, 이 전(前)의원과는 일면식도 없는 한 개인이 그와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집요한 수사의 표적이 된 것이다.
 
김종익 씨는 인터뷰에서 "'노사모'면 어떻고, 촛불집회에 나가면 또 어떻습니까. 이광재를 후원했으면 또 어떻습니까.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저를 이렇게 했다면, 실제로 그랬던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했겠습니까?"라며 분노했다. 
 
결국, 정부의 사찰과 수사로 인해 김종익 씨는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30년 간 일했던 은행의 동료들, 명예퇴직 후  제2의 삶을 시작했던 사업체의 모든 지인들은 그와의 연락을 끊었다. 모든 사회활동을 접은 그는 지금 정치적 실직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청와대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
 
PD수첩의 취재과정에서 청와대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상황이 포착됐다.
 
김종익 씨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후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풀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 후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청와대도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김씨에게 헌법소원을 제출한 이유를 물었다. 전화를 한 그 행정관은 청와대 법무비서관 소속이었다. 그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이 문제에 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이와 관련, 두 명의 국회의원에게 자료를 제공했다.
 
지난 6월 21일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책임자에게 질의를 하기로 약속된 날이었다.
 
그런데 PD수첩 카메라를 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은 회의 도중 자리를 빠져나갔고, 대정부질문을 하던 정무위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PD수첩은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포착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필사적으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흔적을 감췄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PD수첩의 취재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PD수첩이 단독취재한 김종익 씨 관련 보도는 오는 29일 MBC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눔뉴스 김용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