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4700만 원(미화 5만 달러, 당시 환율)을 구형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2006년 12월 국무총리 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2일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같이 구형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9일 있을 예정이다.
검찰은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관직에 있던 사람이 직무상 의무를 망각해 민간업자로부터 돈을 수수했고,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떨어졌다”며 “또 장관과 국회의원, 총리 등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고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려 거짓된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한 전 총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이제 피고인으로서 치러야 할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으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가 왜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표적수사의 참담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 안 되길 바란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친절하면 돈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식사를 하면 청탁과 이권이 오고가는 관계로 발전한다는 해괴한 논리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한다”며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당연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 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검찰을 겨냥했다.
또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들을 바라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며 “왜 저를 그렇게 무리하게 잡아넣으려 했는지, 왜 저에 대해 그토록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는지, 대체 어떤 절박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라고 거듭 검찰을 비난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법률가는 아니지만 법관이 판결문으로 말하듯이 검사는 오로지 사실관계에 기초해 증거와 공소장으로 말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나 “검찰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표적수사를 벌임으로써 생겨난 참담한 비극의 역사를, 그 폐해가 얼마나 큰 지를 아프게 기억하고 있고, 그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제게 주어진 시련을 견뎌내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매우 고통스러웠고, 특히 영문도 모르고 모진 일을 겪게 된 가족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었다”며 “학생의 신분으로 조용히 공부하며 지내는 아이가 마치 깨끗하지 않은 돈으로 유학 생활을 하는 듯 얘기되어지고, 홈페이지까지 뒤져 집요한 모욕주기에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제가 받은 모욕감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자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표시했다.
출처:일요주간 임태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