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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파킨슨병으로 힘들어도 "아버지…내 아버지…"

daum an 2009. 8. 22. 23:28

<포커스>파킨슨병으로 힘들어도 "아버지…내 아버지…"
김 전 대통령의 맏아들 김홍일 전 의원의 '사부곡'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 모습을 드러낸 장남 김홍일 전 의원(61)이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 전 의원의 모습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진 이유에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언론을 통해 드러난 김 전 의원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현역 의원 당시 풍채 있는 외모는 간데없이 극도로 야윈 몸과 표정 없는 얼굴, 꽃 한 송이 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김 전 의원의 모습에 빈소를 찾은 많은 사람들은 몰래 눈물을 훔쳤다. 김홍일 전 의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취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 맞는 김홍일 전 의원 모습에 ‘충격’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던 풍채 사라지고 손대면 부러질 것 같은 앙상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파킨슨병에 걸려 야윈 모습으로 나타나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아버지의 빈소가 국회로 옮겨지기 전까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병세로 인해 수척해진 모습을 한 채 휠체어에 앉아 조문객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8월18일 처음으로 장례식장에 김 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을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신이 2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입관식 후 공식 빈소와 분향소가 설치된 국회로 운구 되었다. 사진은 큰아들 김홍일     ©김상문 기자


 
누군가 "저 분이 김 전 대통령의 큰 아들 홍일씨"라고 귀뜸하자 그제서야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홍일 전 의원은 임기 당시에도 휠체어를 타기는 했지만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고 풍채도 좋아 인심 좋아 보이는 호남형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장남 김 전 의원은 바짝 마른 몸에 스스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중증 파킨슨병 환자였다.
 
과거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 앓으면서 말과 표정 사라진 지 오래…
 
거동은 물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표정도 시종일관 같았다. 초점 없는 눈과 다물어지지 않는 입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정에 꽃 한 송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손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못했고, 당시 빈소에서 이를 지켜보던 많은 인사들은 그 모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의 우상이자 굴레였던 아버지의 영정에 노년의 자식은 꽃 한 송이도 바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린 것.
 

▲ 김홍일     ©브레이크뉴스


그런가 하면 김 전 의원과 김 전 대통령의 임종 전 마지막 대면 장면은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최경환 비서관은 8월19일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의원과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대면 모습을 설명했다. 
 
최 비서관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혈압이 떨어지고 사실상 임종 직전의 상황까지 이르자 당시 병실을 지키던 김 전 의원이 또렷하게 "아버지"라고 외쳤다. 파킨슨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로 지금까지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김 전 의원의 이 한마디는 사력을 다한 '마지막 인사'로 풀이된다.

홍일씨 괴롭히는 파킨슨

그동안 김 전 의원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보도되어 알려졋지만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김 전 의원의 모습이 공개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김 전 의원의 수척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그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킨슨병은 진전, 근육의 강직, 그리고 몸동작이 느려지는 서동 및 자세의 불안정을 보이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정상인의 뇌에서 흑색질이라는 부위의 신경세포들이 소실되고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지면서 파킨슨병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몸과 팔, 다리가 굳고 동작의 어둔함, 주로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리는 증상, 말이 어눌해지고 보폭이 줄고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김 전 의원의 발병원인도 정확하진 않지만 일각에서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안기부에 의해 체포돼 극심한 고문을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1990년대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경환 비서관 역시 8월19일 브리핑에서 "5·18 내란음모사건 때 중앙정보부가 'DJ는 빨갱이라고 불어'라고 강요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몸을 던져 허리 등의 신경계통을 많이 다쳤다"면서 "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병세는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할 무렵 더욱 심해졌다. 언어장애는 물론이고 장시간 한 자리에 앉아있으면 몸이 굳어지거나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었다고.
한동안 병세가 회복돼 의정활동을 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지만 2007년 이후 급격히 악화돼 최근 드러난 모습처럼 수척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모습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프다는 애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김 전 의원도 역사의 피해자다",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너무 슬프고 분노가 치민다" 는 등의 애통의 글을 올리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아버지…내 아버지…”

김 전 의원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그에 따른 고통 또한 대단했다. 민주투사인 아버지를 둔 탓에 두 차례에 걸친 모진 고문을 견뎌내야 했고, 그로 인해 장애와 병까지 얻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낙인 때문에 그의 정치인생 또한 순탄치 못했다. 1995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3선 반열에 오르기까지 'DJ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언변이 어눌해진 김 전 의원의 국회의원 출마는 항상 DJ정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에 몇몇 측근들은 김 전 대통령을 찾아 아들에 대한 주의와 근신을 조심스럽게 조언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은 "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해준 것도 없고, 홍일이는 나 때문에 고문을 당해 장애까지 얻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되서 아들이 국회의원 정도 하는 것 마저 막을 수 있겠는가"라며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하고 존경했지만 묘한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김홍일 전 의원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력을 다해 “아버지”를 외치는 것 뿐이었다.

출처:브레이크뉴스 이보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