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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진실 아파트 광고모델료 분쟁 '패소'

daum an 2009. 6. 4. 01:37

故 최진실 아파트 광고모델료 분쟁 '패소'
대법 “가정파탄 언론에 공개돼 광고 구매 유인 효과 크게 훼손”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아파트 광고모델료 분쟁에서 고 최진실씨가 끝내 패소했다. 광고모델계약에서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하지 않기로 품위지약정을 했다면 이를 지켰어야 하는데, 가정파탄이 언론에 공개돼 아파트 광고 구매 유인 효과를 크게 훼손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아파트 건설업체인 S사는 2004년 3월 최진실씨 및 소속사와 아파트 분양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모델료 2억 5000만원을 지급했다. 
 
계약내용에는 최씨가 계약기간 중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이에 위반해 광고모델로 출연할 수 없는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모델료의 200%인 5억원을 손해배상금으로 물도록 했다.
 
그런데 2004년 8월 최씨는 남편과의 폭행사건과 가정불화가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자 S사는 “기업이미지가 실추돼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금 5억원, 지출한 광고비용 등 발생한 손해액 21억 5245만원, 기업이미지 훼손에 따른 위자료 4억원 등 30억 5245만원을 지급하라며 최씨와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최씨는 “폭행사건의 일방적 피해자로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했다고 할 수 없고, 또 언론에 보도된 것도 기자들이 경찰서에 가서 취재한 후 내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취재한 것일 뿐 귀책사유가 없다”며 맞섰다.
 
◆ 1심 “최씨와 소속사는 광고주에게 2억 5000만원 지급하라”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재판장 조해섭 부장판사)는 2005년 9월 품위유지약정 위반 책임을 물어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2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가족 간의 분쟁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지하고도 조용하게 처리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유명인사 부부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폭행사건에서 최씨가 비록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결국 부부갈등에서 비롯된 파손된 집안까지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그 후 지속적으로 부부간 불화에 관해 언론의 인터뷰에 응해 가정파탄을 공개한 행위는 혼인생활 중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기보다 오히려 장애를 확대시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행위는 자신이 광고모델로 출연한 원고의 주택분양사업과 강한 연상작용을 일으키면서 기업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임은 경험칙상 인정된다”며 “따라서 최씨의 행위는 광고계약상의 의무인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액을 모두 인정하지는 않았다. “비록 최씨의 귀책사유로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했다고는 하나, 최씨가 일부 광고에 출연한 점, 자신도 혼인관계 파탄 등 불행을 겪은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면 광고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액 5억원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해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것이므로, 배상액은 최씨가 모델료로 받은 2억 5000만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광고비용 등 손해액 21억 5245만원과 위자료 4억원을 요구하지만, 설령 최씨의 파손된 집안의 공개 등 행위가 사람에 따라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지언정 일반적으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위법성을 띤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 항소심, 1심 판결 뒤집고 최진실씨 손 들어줘
이에 최씨와 소속사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25민사부(재판장 길기봉 부장판사)는 2006년 5월 1심 판결을 깨고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별거하고 있는 남편의 폭행을 적극적으로 유발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최씨는 신체적 완력이 월등한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에 최씨 스스로 자기의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부부는 별거 중에 있더라도 이혼하기까지는 혼인생활 중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쌍방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다른 일방의 폭력행위까지 숨기고 감내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부부 개개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최씨의 행위가 광고모델 계약상의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대법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하지 않기로 한 품위유지약정 위반”
사건의 S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지난 5월28일 최씨의 손을 들어 준 원심을 깨고, 최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광고 모텔은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하기로 한 품위유지약정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광고에 적합한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써 구매 유인 효과 등 경제적 가치를 유지해야 할 계약상 의무, 이른바 품위유지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광고모델계약에 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진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이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액의 모델료를 받고 자신의 사회적ㆍ도덕적 명예를 훼손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품위유지약정을 했으므로, 계약기간 동안 광고모델로서 건강 상태와 용모를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광고내용에 맞춰 일반인들로 하여금 원고 회사 및 회사가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구매를 유인하는 데 적합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망인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라도 적절한 대응을 통해 이미지 손상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계약상의 의무를 진다”며 “그럼에도 망인은 남편과의 감정 다툼으로 인해 물리적인 충돌에까지 이르고 용모도 훼손돼 모델로서의 활동도 잠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망인의 주장처럼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해명할 필요가 있었더라도, 기자들에게 충돌 경위를 상세히 진술하고 자신의 멍들고 부은 얼굴과 충돌이 일어난 현장을 촬영하도록 허락해 진술내용과 사진이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공개되도록 한 것은 적절한 대응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었던 망인의 종전 모습과는 달리 심하게 훼손된 얼굴과 가정의 심각한 불화 사실이 상세히 공개돼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줘 망인이 가지고 있던 아파트 광고에 적합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고, 그 이미지를 통해 구매 유인 효과라는 경제적 가치 역시 상당히 훼손됐다”며 “따라서 망인의 행위는 광고모델계약에서 정한 품위유지약정을 위반한 것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