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상

제주 밤하늘 수놓은 하모니 “사랑해요, 아세안”

daum an 2009. 6. 3. 23:43

제주 밤하늘 수놓은 하모니 “사랑해요, 아세안”
[현장]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창단 공연

 

기획 취재팀 /시사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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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 울려 퍼진 11개국의 전통악기 하모니에 1500여 관객은 전율했다. ‘자연’을 닮은 동양악기들의 깊고 착한 울림이 가슴을 적셔서다. 서양 오케스트라의 웅대함에 압도당할 때와는 다른, 마음이 환해지는 감동이 제주의 밤을 어루만진 순간이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 저녁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가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탐라홀A에서 첫 무대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아세안 각국 정상과 수행원, CEO 서밋 참석자, 제주도민 등이 숨죽인 가운데 시작된 이날 공연은 ‘전통음악은 고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서정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무대를 선보였다.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A급 연주자들이 최고 수준의 하모니를 들려줄 거라던 최상화 음악감독(중앙대 국악대 교수)의 장담은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단원과 관객, 지휘자는 한 마음으로 앙상블에 동참했다. 흔들흔들 익살스런 어깨춤으로, 박수로, 머리와 발끝을 흔들며….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란 슬로건이 어색하지 않다.

공연 관람을 마치고 나오던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 고이순(52) 씨는 “이 많은 나라 악기들이 어쩌면 이렇게 한 데 어우러져 좋은 소리를 내느냐”면서 “마지막 곡 ‘사랑해요, 아세안’이 특히 감동적이었다”며 촉촉해진 눈가를 훔쳤다.   

□ 52종·79대 악기 편성…세계 최초 전통악기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는 북, 대금, 소금, 해금, 태평소, 대아쟁 등 한국의 전통악기 6종을 포함해 11개국 전통악기 52종, 79대로 구성됐다. 연주자는 총 80명으로, 아세안 10개국에서 각 5명씩 선발됐고 한국은 30명이 참가했다.

오케스트라는 이날 11개국 작곡가들이 작곡한 12곡의 기악 및 성악 협연곡을 선보였다. 쾌지나칭칭(대한민국), 조켓 바주 푸티(브루나이), 레브리(캄보디아), 벤가완 솔로(인도네시아), 탑수아파딘(라오스), 셀로카(말레이시아), 키렛 프데이다(미얀마), 오르데-에(필리핀), 싱가푸라(싱가포르), 라이스 라이프(태국), 판타지 베트남(베트남) 등 각 나라의 민요 가락을 바탕으로 한 창작곡들이 연주될 때마다 관객석은 환호로 화답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가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가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대미는 이번 공연 총감독을 맡은 박범훈 교수 작곡 ‘사랑해요, 아세안’이 장식했다.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한국어 가사를 11개국 언어로 구성해 김성녀(한국) 씨와 4명의 아세안 솔리스트, 100여 명의 제주평화연합합창단이 어우러진 무대였다.

□ 전례 없는 프로젝트…“즐겁지 아니한가!”

공연이 뜻 깊었던 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 모든 이들에게도 마찬 가지였다.

태국 전통악기 ‘콩웡’ 연주자 아난트 나르크콩트(태국 실파콘대 음악부교수) 씨는 “전례가 없는 재밌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 참가하게 됐다”면서 “각 국가별 정치, 경제, 문화 차이를 떠나 음악인은 어딜 가나 한 가족과 같은데 이번 오케스트라를 통해 또 한 번 음악인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아난트 교수는 “11개국 악기를 튜닝 하는 것은 악기의 음질, 음색, 특징과 철학을 맞춰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꿔가는 작업”이라며 “앞으로 서구 클래식이나 팝 음악 등 기성음악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알려갈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작곡가로 참여한 모하메드 야지드 자카리(이스타나부다야 문화궁전 지휘자) 씨는 “음악을 통해 어떻게 말레이시아의 정체성을 드러낼 것인지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곡, 편곡 작업을 했다”면서 “공연 부제처럼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를 목도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프닝곡 ‘쾌지나칭칭’의 작·편곡자이자 총 7곡의 지휘를 맡았던 김성국 교수(중앙대 국악대)는 “전통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모든 악기와 연주자를 통제하는 서양식 오케스트라와는 개념이 다르다”면서 “오케스트라 편성과 지휘자의 호흡, 앙상블에 대한 단원들의 훈련이 계속 이뤄진다면 전통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비전은 무궁무진하다”며 기대를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는 한·아세안 11개국이지만 앞으로 악기 편성이 아시아 전체로 확장되고, 음악적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 악기가 보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측 제안에 아세안 화답해 성사

세계 최초로 시도된 이번 프로젝트는 ‘아시아 전통악기만으로 오케스트라를 꾸려보자’는 한국의 제안에 아세안 측이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중심이 돼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회의’를 꾸려나간 지 1년여 만에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 것. 각국 전통음악 전문가들은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오케스트라 편성과 작곡 등을 준비해 나갔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은 최상화 중앙대 국악대 교수.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은 최상화 중앙대 국악대 교수.
아문단 관계자는 “처음 전통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겠다고 했을 땐 많은 사람들이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물어왔다”고 했다. 전통악기 대부분이 독주악기라 합주에 적합하지 않고, 음의 높낮이가 없거나 음률 폭이 넓지 않아 음악적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최상화 음악감독은 “이런 핸디캡을 승화하기 위해 개별 악기들의 연주법, 음색, 소리크기, 음계 등에 관한 과학적·객관적 자료들을 모아서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다”며 “전통악기는 음악적 도구일 뿐 아니라 각 나라의 삶, 신앙, 철학 등이 녹아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상대국 악기를 존중하고 모든 결정은 해당 작곡가와 연주자가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서로 만나 연습하면서 팀워크가 생기자 그제야 자기 악기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고민을 털어놓더라”며 “대나무로 만든 한 악기는 음정이 안 맞아 중간에 톱으로 잘라가며 조정하기도 했는데 이때부터 합주를 위한 자세가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느새 동료 연주자들과 주고받는 눈빛에서 깊은 신뢰가 묻어나는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그들의 연주에는 다른 듯 닮은 유대감과 다채로운 개성이 꿈틀거리며 공존하고 있었다.

 A급 연주자들이 최고 수준의 하모니를 들려줄 거라던 최상화 음악감독(중앙대 국악대 교수)의 장담은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단원과 관객, 지휘자는 한 마음으로 앙상블에 동참했다. 흔들흔들 익살스런 어깨춤으로, 박수로, 머리와 발끝을 흔들며….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란 슬로건이 어색하지 않다.  대미는 이번 공연 총감독을 맡은 박범훈 교수 작곡 ‘사랑해요, 아세안’이 장식했다.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한국어 가사를 11개국 언어로 구성해 김성녀(한국) 씨와 4명의 아세안 솔리스트, 100여 명의 제주평화연합합창단이 어우러진 무대였다.   말레이시아 작곡가로 참여한 모하메드 야지드 자카리(이스타나부다야 문화궁전 지휘자) 씨는 “음악을 통해 어떻게 말레이시아의 정체성을 드러낼 것인지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곡, 편곡 작업을 했다”면서 “공연 부제처럼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를 목도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문단 관계자는 “처음 전통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겠다고 했을 땐 많은 사람들이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물어왔다”고 했다. 전통악기 대부분이 독주악기라 합주에 적합하지 않고, 음의 높낮이가 없거나 음률 폭이 넓지 않아 음악적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최상화 음악감독은 “이런 핸디캡을 승화하기 위해 개별 악기들의 연주법, 음색, 소리크기, 음계 등에 관한 과학적·객관적 자료들을 모아서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다”며 “전통악기는 음악적 도구일 뿐 아니라 각 나라의 삶, 신앙, 철학 등이 녹아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상대국 악기를 존중하고 모든 결정은 해당 작곡가와 연주자가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