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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다 잿더미…작은 실천이 산불 막는다

daum an 2009. 4. 23. 23:31

‘설마’하다 잿더미…작은 실천이 산불 막는다
[기고] 정광수 산림청장

 

 

 

 

 

올 봄에는 그 어느 해보다도 유난히 많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16일까지 전국적으로 377건의 산불이 발생해 430ha의 산림이 불탔고 식목일을 전후한 4월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은 150건이나 발생해 일평균 15건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산불발생 건수는 지난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16%나 많고 작년과 비교하면 무려 92%나 많은 수다.

특히, 비한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이 장기간 계속되고 바람도 거세지면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리하여 수만 그루의 나무들이 이 찬란한 봄에 불에 타 생명을 끝내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산림은 불모지로 변해 몇 년이 지나더라도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다. 지난 2000년4월 2만4000ha의 피해를 입은 동해안의 산불피해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상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만큼 산불은 산림을 망가뜨리고 환경을 파괴하고 치유할 수 없는 경관훼손을 가져오는 것이다.

산불과 하루 10시간 이상 사투…산림은 불모지

산불은 또한 산림공무원에게도 ‘잔인한 4월’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전국의 산림공무원들은 24시간 산불예방과 진화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에게 가족과의 주말 나들이는 한낱 사치일 뿐이다. 산림청의 헬기 조종사도 마찬가지다. 헬기 조종의 피로감은 차량운전보다 4배나 높다고 한다. 그러나 연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산불로 이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비행하며 산불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더욱이 우거진 산림은 헬기 아니면 끌 수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는 것이다.

산림공직자의 한사람으로, 산림행정의 수장으로서 이처럼 산림이 불타고 수많은 산림 공직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산불은 왜 매년 반복될까?

‘설마’하는 부주의가 뜻하지 않는 산불로 이어져

대부분은 선량한 사람들이 그저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쓰레기를 태우다가, 또는 담뱃불을 끄지 않고 버리다가 산불을 낸다고 보면 된다. 최근 산림청은 지난 5년간 검거된 산불실화자 612명의 특징을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산불 원인자의 78%가 그 고장 사람이고, 76%가 60세 이상 노인이며, 64%가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산불을 발생시켰다. 결국 산불의 원인은 사람들의 무심한 행동, 사소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것으로 산림인근에서 습관적으로 무엇인가를 태우다가 산불을 내는 것이다. 이들이 쓰레기를 태울 때 설마 산불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불티가 날려 산불이 나게 되면 허둥지둥 끄다가 이들마저 귀중한 생명을 잃곤 한다. 지난 5년간 28명의 산불실화자가 산불을 끄다가 사망했는데, 금년에도 벌써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지난 4월10일 법무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등 3부 장관의 산불방지에 관한 「대국민 담화문」발표가 있었다. 앞으로 방화자는 최고 7년 이상의 징역, 실화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등 강력한 단속처벌의지를 밝히면서 국민들께 3가지 사항을 지켜줄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 첫째는 입산통제구역에 들어가지 말 것, 둘째는 산림 안에서 불씨를 다루지 말 것, 셋째는 논밭두렁이나 쓰레기소각을 금지해달라는 것이다. 정말 누구나 쉽게 지킬 수 있는 간단한 일들이다. 이런 일조차 지키지 못하고 산불을 낸 죄로 처벌을 받는다면 참으로 부끄럽고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4월 중순 이후에는 대형산불 주의해야

최근 며칠 사이 적게나마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산불발생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1991년부터 2008년까지 18년간 30ha 이상의 대형산불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4월 중순에 발생한 산불이 전체 발생건수의 27%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지역은 봄철 건조기에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한 강한 바람으로 바뀌면서(푄현상) 대형산불 발생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4월 중순부터는 산불발생 건수는 줄어드는 경향이지만 오히려 대형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은 시기로 이제는 대형산불이 빈번한 강원지역과 동해안 지역에서 산불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이다.

출처:경남우리신문/시사우리신문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