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상

`잔인한 4월' 앞에 떨고있는 정치권

daum an 2009. 3. 24. 10:13

`잔인한 4월' 앞에 떨고있는 정치권
檢 `박연차 리스트' 수사 확대…여야 `초긴장'
 
윤미숙 기자
【서울=뉴스웨이 윤미숙 기자】지난해 말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던 `박연차 리스트'가 현실화되면서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견인이자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지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여야를 망라한 전현정권 유력 정치인에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만만치않은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지난 20일 '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를 인용한 것은 향후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예고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줄잡아 30여명의 정관계 인사가 소환될 것이며, 이중 절반이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이미 작년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던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2005년 4.30 재보선에서 경남 김해갑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이 지난 20일 구속됐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박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이날 박정규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제2차관도 금품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 수사는 여권 인사도 가리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의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과 대통령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회팀장 등을 지내는 등 이명박 대통령 대선승리 공신으로 꼽히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청탁용으로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이유는 박 회장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 조사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박 회장이 뚜렷한 증거 앞에선 돈을 건넨 상대와 시기, 장소 등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는 것.
 
 "박 회장이 일단 입을 열면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대질 신문에서는 돈 받은 상대를 제압할 정도"라고 밝힐 정도로 검찰 수사는 박 회장의 진술에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이번주 3~4명의 여야 정치인을 소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곧 불어닥칠 '사정 태풍'에 정치권이 일제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당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우리 당 연루 인사에 대해) 자꾸 얘기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검찰의 이번 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공안정국 조성으로 정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돌려보려는 꼼수 아니냐"(김유정 대변인)고 비난하고 나섰다.
 
김 대변인은 검찰이 현 정권 인사인 추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 측근인사를 본보기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결국 야당 인사를 죽이기 위한 신호탄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특히 '박연차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로 일부 언론을 통해 실명이 거론된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 민주당 서갑원, 최철국 의원 등은 연루설을 적극 부인하며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