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세상

[인터뷰]한나라당 창원시 갑 강기윤 당협위원장

daum an 2010. 8. 16. 00:16

 “내려올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 지 모릅니다”

 

 

 

“내려 올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못 본 그 꽃”고 은님의 ‘그 꽃’이란 시다. 아주 짧은 시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인생의 교본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LG전자 연구소 말단 직원에서 중소기업 CEO, 2선의 도의원,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경남 정치 1번지라 일컫는 창원을 선거구에 출마해 현역 권영길 후보에게 불과 2%남짓한  차이로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강기윤(51세) 한나라당 창원을 당협위원장의 뇌리엔 언제부터인가 이 시가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자신도 모르게 내뱉곤 한다. 무엇이 바빠 못 봤는지, 후회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려올 수 있어서 그 꽃을 본 것이 다행이라는 강 위원장. 지난 18대 총선 후 2년 동안 지난 날 보지 못했을 수많은 꽃을 보면서 어떤 감회를 느끼고 어떤 각오를 다졌을 까. 막바지 장맛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지난달 28일 창원시 상남동에 위치한 작지만 2년 뒤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20평 남짓한 그는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 일상적인 사무 처리에 여념이 없는 여직원 1명과 함께 기자를 맞았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며칠째 농촌 봉사활동을 한 탓인지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은 건강해 보였고,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말에는 결코 자만이 아닌 확신과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지난 번 총선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석패해 많은 주민들이 지금도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이 패배 원인과 위원장님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우여곡절 속에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선거는 질수도 이길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다음을 기약하면서 깨끗이 승복했더니 마음이 홀가분하더군요.(웃음) 선거 기간 중, 이명박 정부에 대해 야권에선 ‘강부자 고소영’ 공천, 박근혜 전 대표마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이 화두가 될 정도로 악재가 산재했었죠. 창원 선거구는 친이 주도로 공천하다보니 친박 쪽 사람들의 외면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공천을 두고 무려 9명이 각자 조직을 갖고 각축전을 벌이는 통에 공천결정이 한 달이나 늦게 확정되어 경쟁자들을 추스릴 기간과 여유가 없었지요.. 여기다 투표 당일 비와 바람이 심해 보수층과 고령자들의 투표가 저조(47% 투표율)한 탓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2선의 도의원을 지내면서 창원터널 통행료  감액등 창원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합니다. 근로자에서 기업가로 사회봉사자로 도의원의 과정을 거치면서 친 서민, 친 근로자 색깔로서 이들의 대변자가 되기 위해 총선에 출마했고, 총선 다음날 해단식과 함께 신발끈을 고쳐 매고 지역민들의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민생탐방을 해왔습니다. 비록 원외 위원장이지만 조직 재정비와 당의 정강정책을 홍보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다해왔다. 지난 2년간 수해복구 봉사, 농촌봉사활동 , 독거노인 돌보기, 소년소녀가장 돕기 김장 담그기 봉사, 당원교육 등을 펼쳐왔다. 산악회 통해 화합과 단합을 도모해왔습니다. 고문회 정책자문회 매월 개최, 기업체 운영, 미뤄왔던 박사학위도 3년만에 취득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바빴고 보람찬 2년을 보냈습니다.

 

■원외위원장으로서 운영에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은 데.


-전국에 100여 군데 원외 위원장이 있는 데, 협의회 감사를 맡고, 중앙연수원 부원장을 맡아 중앙당무도 맡고 있습니다. 지구당 부활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도당이 있지만, 필드는 지구당이 사실상 맡고 있는 시스템이죠. 고비용 구조 청산을 위해 폐지된 지구당은 운영협의회 시스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당은 정당정치 위해 반드시 부활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실제 당원배가 운동, 각종 당 행사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나, 원외는 사실상 활동할 여건과 공간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받는 혜택을 받아야 하지만, 지구당 부활은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최고위원들의 공약사항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산악회 회원들과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인 뒤 가진 기념촬영. 

■지난 총선에서 당선되셨더라면 어떤 일을 하고 싶었나요.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노동자가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는 창원, 내 집 마련에 걱정하지 않고, 자녀 교육에 근심하지 않는 창원, 아파도 늙어서도 걱정없는 복지창원을  만들기 위한 입법 활동에 주안점을 뒀을 겁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동료의원들과 ‘연구회’를 구성해 토론하고 연구해 선진 노동복지 정책을 수립해 펼쳐 나갔을 겁니다. 덧붙인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구성을 대부분이 판검사나 변호사, 대기업 CEO출신들로 친 근로자나 친 서민적인 인사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야권에서 ‘고소영’, ‘강부자’ 정당이라고 쏘아 붙여 많은 재미를 봤는 데, 제가 국회에 입성했더라면 이러한 색채를 희석시킬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세종시와 4대강 정비 사업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까.


-야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성이 강하다고 부각시키면서 세종시, 4대강 사업을 이슈화시켰지요. 4대강은 반드시 국가적 차원에서 완공해야 하고. 세종시문제도 노 전 대통령이 포퓰리즘에 빠져 수도를 천도하려다 헌재의 불합치 결정에 따라 행정부서만 내기로 한 것 아닙니까. 현재 과천청사 공무원들도 이전에 대해 강한 불만과 불편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행정기관을 세종시로 보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과거 결정된 정책이라 해도 잘못된 것이라면 국익 차원에서 과감한 ‘터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 정부 들어서 그 당시의 결정이 백년대계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세종시를 자급자족형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선진기업이나 과학산업단지 유치로 자급자족형 도시로 만들려 한 정책에 저는 지금도 동의합니다. 세종시, 4대강 사업에 대해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이명박 정권 심판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얼마안가 국민들의 호된 질책이 뒤따를 것입니다. 국익을 위한 사업을 인기 영합적으로 호도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경남에서 가장 힘들었던 창원 을 선거구에서 나름대로 한나라당이 선전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은 데.


-야권과 무소속의 거센 돌풍속에서도 현상유지는 한 것 같습니다다.(웃음) 도의원은 근소한 차이로 2석을 뺏겼는 데,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당의 정강 정책과 활동을 홍보 해야 하는 데 부족했습니다. 마창진 통합부분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을 제정한 뒤 했어야 했는 데, 절차를 생략한체 강행한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봅니다. 차제에는 시민들이 동참해 결정하는 시스템에 의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강 위원장은 “통합창원시를 주도한 사람이 도지사 선거에 나온 것 자체가 이미 패배를 예고한 것”이라며 “경남의 알짜배기 도시만으로 통합을 한 것은 아주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그간 아꼈던 심경을 조심스로 토로했다.)

 

■김두관 지사의 4대강 사업 반대에 대한 견해는


-국책사업에 대한 찬반은 누구나 어디서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를 위하는 차원에서 협조해야 하는 데, 김 지사가 야권단일후보 출신으로 야당과 정책연대를 했기에 반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도민들은 4대강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 아닙니까. 수천억원을 들여 홍수 피해를 복구하고, 또 피해가 발생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항구적인 복구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합니다. 김 지사도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강 중심으로 인류 문명이 발전해오다 근대화 산업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내륙 산간지역으로 생활권의 중심이 이동된 것 아닙니까. 야권이나 일부 종교 및 시민단체가 말하는 ‘생태하천’이란 단어는 맞지 않고 ‘생활하천’으로 불러야 합니다. 강 주변 환경의 태고때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생태하천으로 살려야 한다’는 말은 태고쩍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거죠. 사람과 강이 하나되는 ‘생활하천’이 되어야 합니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못 살듯, 항상 곁에서 함께 생활하는 하천에 누가 쓰레기나 오염원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공천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향식 공천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현역 국회의원도 공감하는 것으로 당헌 당규도 바꿔야 합니다. 당원과 지역민이 선호하는 후보를 공천하는 완정상향식 공천제도의 전면 도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닥에서 주민과 호흡하고 애환을 아는 사람 위주로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는 거죠. 당에서 영입한 인사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유명 대학 교수출신이거나 고위 관료출신입니다. 저명한 학자나 고위관료 출신은 친 서민, 친 근로자와는 거리감이 너무 많습니다. 준 오픈 프라이머리(당원 70%, 비당원30%) 방식의 공천제로 개선하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론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에 대한 견해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기초의원은 정당공천이 필요하지만, 행정을 중심으로 하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에는 회의적이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지역감정해소와 선거비용 절감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기초의원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이견으로 인한 갈등이나 충돌도 발생하고 있죠. 대신 국회의원이나 도의원의 선거 방식을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현행 방식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정당공천과 중선거구제를 바꿔먹은 것으로, 2006년 개정시 한나라당은 정당공천에 찬성하면서 소선거구제를 주장했고, 야당은 정당공천을 폐지하고 중선거구제를 주장했었죠. 하지만, 결과는 여야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시스템으로 빅딜한 꼴이 된 것입니다. 

 

 

                                          창원 북면의 한 농가를 찾아 감자캐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총선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2008년 선거 직후,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당원 교육이나 봉사활동을 통해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만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창원 을선거구는 아무나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가장 힘든 선거구로 정평나 있습니다. 저는 도의원시절부터 조직을 갖춰왔고, 세 불리기에 매진하는 한편, 지난 선거의 패인을 분석하고 만회하기 위해 유권자와 늘 함께하는 생활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강 위원장은 지난 선거를 회상하듯 눈을 감으며 ‘고은’시인의 ‘그 꽃’을 낭송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2년 뒤 있을 총선에 임하고자하는 그의 한껏 낮춰진 모습이 이 시 구절에 절절이 배어 있는 듯 했다.)

■우여곡절 끝에 통합된 창원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구 3개시 시민들의 절대적인 양보의 미덕이 필요합니다. 바르게 살기 협의회등 각종 관변 단체의 통합, 그리고 무엇보다 청사문제를 잘 해결해야 합니다. 청사 위치가 어디가 되던 탈락한 지역 시민들의 불만과 이로 인한 불만과 갈등은 이미 예고되어 있습니다. 명분과 실리, 원칙에 입각한 시민 토론회등을 통해 예고된 갈등과 불만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이나 의회에만 맡겨서는 안되죠. 국회의원, 단체장, 기초의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등을 포함한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3개 시민 절대다수가 공감하는 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특히, 제외된 지역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은 필수적입니다. 통합창원시는 광역시로 가야 합니다. 마창진처럼 거대 도시형의 통합은 향후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재정규모나 생산유발 효과를 보면 울산광역시보다 뒤지지 않습니다. 광역단체로 승격화해 중앙 재정 지원을 직접 받아야 합니다.

 

■잦은 선거 출마에 대해 부인께서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가정주부다 보니 이부자리에서는 ‘돈이 들고 하니까 포기하면 안 되겠느냐’고 해놓고, 낮에는 선거 운동을 의식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다. 그래서인지 세간에는 ‘후보보다 마누라 표가 더 많다’는 소리도 듣곤 합니다. 제 아내는 중견기업 CEO로서 한몫을 톡톡히 해내면서도 애들도 잘 키웠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강 위원장은 부인 자랑을 하던 도중, ‘이러면 팔불출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데...’라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강 위원장의 가족은 부인 사귀선(50세)씨와 1남(경희대 재학중), 1녀(서울대 대학원) 가 있다.

 

시사우리신문 김 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