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상

“장모님 끓여준 김치찌개 그리워”

daum an 2009. 5. 26. 02:33

“장모님 끓여준 김치찌개 그리워”
세계인이 즐기는 한식,일본 사쿠라이 노리오 씨

 

기획 취재팀 /시사우리신문

 

“한국의 음식문화는 역사가 길고도 다양한 것이 강점입니다. 야채나 생선을 재료로 한 남방의 음식문화는 물론이거니와, 고기나 국수를 재료로 한 북방의 음식문화를 골고루 가지고 있어요. 야채를활용한 음식은 재료의 고유한 맛을 살리고, 고기를 활용한 음식은 사용된 재료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냅니다. 다양함과 깊이, 모두 손색이 없습니다. 한식의 세계화, 충분히 가능합니다.”

외국인이 본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은 어떨까? 한국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지 10여 년이 지난 일본인 사쿠라이 노리오(37세)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노리오 씨는 일본 아사히 신문 사회부 기자로서 근무하고 있으며, 한국지사 근무를 위해 국내에 머물며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10여 년이 지난 일본인 사쿠라이 노리오(37세)는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의 고향은 재일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 지역. 오사카 지역에는 재일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관계로, 일본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갈비구이용 불판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한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그는 전했다. 유년시절부터 한식을 친근하게 접해 온 것이다. 유년 시절부터 갈비와 김치를 즐기는 등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12년전 국내에 들어와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 한국어를 익혔으며, 당시 만난 한국인 여학생을 아내로 맞아들인 애한파(愛韓派)다.

“다양한 맛을 골고루 내는 것이 한식의 강점”

‘한국 땅을 밟고 맛본 인상적인 음식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설렁탕같은 탕 요리를 꼽았다.

“미소 된장국이나 스시(초밥)처럼 일본 음식은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단순하고 평범한 맛이 특징입니다. 이에 비해 설렁탕이나 삼계탕과 같은 한국의 탕 요리는 깊은 맛을 내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죠.”

 

 

노리오씨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음식과 어우러진 식문화를 수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한일 음식문화 비교는‘한중일 음식 삼국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취재차 중국이나 대만을 자주 다닐 수 있었던 기회가 있어 ‘한중일’의 음식을 골고루 맛본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가 평하기를, 한국의 불고기는 다섯 가지 맛을 모두 낼 수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요리라고 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맛을 골고루 내는 것이 한국음식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요즘 한국 음식을 보면 지나치게 맵고 자극적인 맛만 추구하는 것 같더군요. 식당에서는 손님에게 맛을 기억에 남겨야 하니까요. 아귀찜이나 닭갈비를 먹어보면 모두 매운 맛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에도시대의 간장이 유명세를 타니 일본 음식에도 간장을 많이 사용합니다. 결국일본 음식도 어느 음식에나 간장 맛이 강하게 납니다. 이에 비해서 중국 음식은 맛의 다양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은 한 가지 음식만 취급하는 전문점이 많은 편이에요. 그러나 중국에서는 음식점에서 한 가지만 취급하면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지방에 내려가면 같은 음식이라도 맛이 다릅니다. 종류도 많고 맛도 다양하니, 세계 3대 요리라는 명성이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니라는 거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함께 수출해야’

현재 aT에서는‘한식의 세계화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꼬망 간장이나 초밥 등 일본의 전통 음식을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으로 만든 성공 비결이 궁금했다. 아울러 한식중에서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식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기꼬망 간장이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 사람들은 기꼬망 간장을 ‘악마의 음식’이라고 했다더군요. 검은 빛깔의 소스여서 사람이 먹을 만한 게 못된다고 생각한 거죠. 일본 사람들은 간장 한가지만 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간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요리를 소개했습니다. 간장 먹는 법을 알려준 것이죠. 이처럼 한식도 세계로 진출하려면 먹는 법을 소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치를 예로 들면, 김치는 반찬으로 먹는 음식입니다. 김치 한가지만 가지고서 외국인에게 어필할 수 없습니다. 김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밥이라든지, 탕, 불고기 등이 하나의 세트로 진출해야합니다. 먹는 법, 즐길 수 있는 법을 아우르는 음식문화가 한꺼번에 소개돼야 한다는 거죠.”

“한식의 세계화,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는 문화교류의 결과로 탄생한 음식들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원래 일본 요리였던 김밥이 한국에 와서 더 발달했습니다. 중국에 뿌리를 두고있는 라면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한국 라면이 다른 나라의 라면보다 더 맛있다고 하더군요. 오뎅이나 자장면, 팥빙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나라와 나라 사이를 옮겨 다니며 정착에 성공한 음식들은 세계 진출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리오 씨는 기꼬망 간장을 예로 들면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으로써, 단지 음식을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음식과 문화가 어우러진 식문화를 수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일본에 머물고 있으면 장모님이 끓여준 김치찌개가 그리워진다는 노리오 씨. 그와의 인터뷰는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