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상

"늦었지만 담배 한 개비 올립니다"

daum an 2009. 5. 25. 00:05

"늦었지만 담배 한 개비 올립니다"
'정치인들이여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온 나라와 국민이 충격에 빠져 한국이 패닉상태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죽음'이란 종착역에 스스로 내리게 했는가. 정치와 권력이 대체 뭐 길래, 뭐 그리 대단하고 위대한 일 이길래 그 부질없는 것들이 60대 초로의 전직 대통령을 스스로 절벽에 몸을 던지게 했는지 안타까움을 떠나 세상이 참 무섭단 생각마저 든다.
 
정치, 권력, 명분이니 세상사 부질없는 타이틀 다 배제하고 어쨌든 한 사람이 스스로 생명을 버렸다. 生의 마지막 순간, 그는 지난 63여 년간을 회상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갖은 희비와 회한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을 것이다. 죽음의 순간 그렀다고 들었다. 스스로 삶의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순간, 그 절절한 심경이 어쨌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진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 맞이하는 봉하마을 빈소에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결과가 있으면 원인과 그 과정이 분명히 있다. 성경말씀에 죄 없는 자 만이 '돌'을 던지라 했다. 과연 이 나라 정치권 관련자나 언론, 또 좌-우를 떠나 누구든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성'을 카테고리로 '돌'을 던질 수 있는 소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 런지...
 
'뿌린데 로 거두리란...'란 얘기가 있다.
이번 사태엔 분명 직간접적으로 '인과(因果)'를 뿌린 이들이 있을 것이다. 세상사 돌고 도는 건 자명해 이번 사태에 '업(業)'을 지은 이들은 언젠가는 스스로 그 '업보'를 거두게 될 것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순리 상 필연이기 때문이다. 그 업의 중추인 정치권의 고질적 악습인 '사후약방문'식 처방.
 
현재 그의 장례를 놓고 정부가 '국민장' 절차를 밟는다 한다. 그의 죽음을 비통해 하는 이들이 봤을 때 이는 명백한 '병 주고 약주는 사후약방문'이다. 장례는 기실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잔치라 흔히 논하곤 한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란 전례 없는 '충격'을 세계만방에 고한 한국. 그 부끄러운 자화상의 중추인 한국정부가 '국민장'을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한다하나 누구(?)를 위한 '국민장'인지, 이젠 하늘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진정 이를 원할지 궁금하나 그의 대답은 들을 수가 없다.
 
지금은 2천 년대이지만 현재 한국은 역사시침이 지난 암흑시대로 거꾸로 회귀하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다가올 한국의 미래가 무섭고, 더는 희망 없을 것 같은 자괴감이 그의 영정을 보고 있는 가운데 문득 스쳐간다.
 
얘기를 U-턴해 그는 生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경호관에게  "담배 하나 있는가.."란 얘기를 꺼냈다 한다.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예전 일간신문 정치부 기자로 근무하던 당시, 결코 기존 정치인들처럼 기득권층이 아니었던 신예 정치인 노무현이 대구에 들러 가진 기자간담회 초미에 한 말이 생각난다. "편히 얘기하지요..담배 한대씩 태워가면서...."
 
무척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때 그의 얘기는 오랜 시간 필자의 뇌리에 머물러 있다. 당시 수많은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먼저 그런 얘기를 꺼낸 이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소탈하고 격의 없는 스타일이었던 그가 어느 날 대통령이 되자 비록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서민을 위한 정치’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세상과 마지막 이별을 고하기 직전 담배 한 개비라도 태웠더라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지 않았을 까 하는 안타까움이 내내 필자를 짓누른다.
 
살아남은 모든 정치인들이여 이번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음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떤가. 당신들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번만이라도 곱씹어 보길 바란다. 물론 쇠귀에 경 읽기겠지만...
 
故 노무현 대통령님...늦었지만 담배 한 개비 올립니다.

출처:브레이크뉴스 김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