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세상

경주마 염소와생활

daum an 2010. 6. 4. 01:11

 

 

 

염소가 '말'을 위한 전용 애완동물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나쁜 습관을 가진 경주마가 염소와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여러 가지 악벽을 고칠 수 있기 때문. 이제 사람의 전유물로 알려진 애완동물 혹은 반려동물, 고가의 몸값을 자랑하는 경주마을 위해 동고동락하고 있다.
 
KRA부산경남경마공원(본부장 박성호)소속의 ‘아주좋아(미국산, 3세, 암말, 5조 유병복 조교사)’는  지난달 7일 1,400m 펼쳐진 경주에서 선두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고 2위를 무려 10마신(25m)차로 따돌리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밤새도록 고개를 끄덕이는 악벽 때문에 직전경주에서 5위에 그치는 침체기를 겪었던 ‘아주좋아’는  염소와 함께 한지 3주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외산마 세대교체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유형의 ‘파인질주(국산, 3세, 8조 김상석 조교사) 등 5여 마리의 경주마가 염소를 들여왔거나 준비하고 있다.
 
‘아주좋아’를 맞고 있는 유병복 조교사는 “지난해 7월에 데뷔한 ‘아주좋아’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해 단시간에 정상급 경주마로 성장했지만, 예민한 성격과 악벽으로 슬럼프가 걱정됐는데  염소를 도입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염소가 경마공원에 소개된 것은 KRA부산경남경마공원소속의 경주마 ‘남해여왕(국산, 4세, 암)’과 ‘복실이’라는 이름의 한 살배기 염소가 한 마방에서 이색동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경주마와 염소는 먹이를 함께 나눠 먹는 것은 물론 24시간 내내 붙어 다니며 함께 생활하면서 마방 안을 맴도는 나쁜 습관이 많이 나아지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경마공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1,000여 마리의 경주마들은 자유로운 방목을 바라는 습성과 반대되는 경마공원이라는 공간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무직 근로자들이 책상 앞에서 구속감을 느끼는 것처럼, 일부 경주마들 또한 속박의 느낌을 싫어해 마방을 도는 버릇(stall/box walking), 좌우로 흔들흔들하는 버릇(웅벽, weaving), 축벽(kicking), 씹는 버릇(cribbing) 등의 행동을 보인다. 악벽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물론, 체력저하, 질병발생 및 상처 등으로 경주마의 수명까지 단축시킬 수 있어 마필관계자들이 특히 염려하는 부분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전형선 수의사는 “경마공원에 들어오는 경주마들 중에 대략 10 ~ 20% 정도는  적응을 못하고 이상한 행동들을 나타내게 된다.”며 “ 밤새도록 마방 안을 돌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증상은 말의 평소 건강과 경주성적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반려동물을 이용한 심리치료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주마와 함께 하는 반려동물은 선택은 관리가 편하고 경주마와 생활환경이 비슷한 동물로 정해지는데 주로 닭, 미니호스, 염소 등이다.  염소의 경우 경주마 상호 전염병 전염 가능성이 없고, 사육하기도 편하다. 무엇보다도 경주마가 염소를 잘 받아들이고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마도 호전적인 수말보다는 순한 암말이 반려동물을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일부 마필관계자들은 악벽을 고치기 위해 마방에 타이어나 풍선 등을 달아 놓고 경주마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 경마장에서는 말을 진정시키고 외로움을 달래 주는 반려동물을 이용하거나, 운동·사료량을 조절해 생활환경에 변호를 줌으로써 경주마의 악벽을 치료하기도 한다. 색다른 방법으로 인형을 2~3일 한 번씩 바꿔주는 방법도 이용되고 있다.
 
말에게도 사람만큼이나 순수하고 예민한 정서가 있다. 기쁘거나 즐거울 때가 있는가 하면 불안과 고통을 느낄 때도 있다. 말의 기분에 따라 훈련 효과는 물론 경주능력발휘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불안증세가 지속되면 사고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 그러므로 말의 기분이나 정서를 잘 알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병행되야 훈련효과의 극대화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염소라는 반려동물을 이용한 결국 심리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치료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