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한 미 정부 관계자들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제기되면서 미국 언론이 관련 기사를 계속 보도하고 있고,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해 잇따라 언급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5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클 나흐트(Michael Nacht) 국방부 세계전략문제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현재 후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나흐트 차관보는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병세가 완연한 반면 26살의 후계자 김정운의 지위는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인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북한 내부에서 오간 교신과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김정일 위원장이 셋째 아들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 후계 문제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이 문제가 핵 문제 등 북한 관련 주요 현안들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은 북한의 후계 구도가 어떻게 진행되고 누가 차기 지도자가 되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 2만5천 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극도로 폐쇄적인 나라이고, 특히 후계 관련 사항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미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15일 언론브리핑에서 이 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췌장암을 앓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어떤 결론을 내릴 만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북한 후계 문제에 관한 정보가 극도로 제한돼 있지만, 그럴수록 미국 언론의 관심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력 언론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자 문제를 계속해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16일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운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운이 한 때 다녔던 스위스 베른의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의 관계자들과 김정운의 동창들에 대한 현지 취재를 통해 김정운의 성품과 평소 관심사를 전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김정운으로 추정되는 `박운’이란 가명의 학생은 학습능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부지런하고 욕심이 많았습니다.
1998년 입학할 당시만 해도 독일어가 서툴러서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 따로 독일어 수업을 더 받았지만 곧 정규과정에 들어갔습니다. 또 여학생들 앞에서는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농구 경기에 열정적으로 참가했고 강한 승부욕을 보였습니다.
김정운은 스위스의 독특한 직접 민주주의와 미국 선거 등 서구 민주정치에 대해서도 수업을 받았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이런 경험이 김정운이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될 경우 통치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전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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