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상

제일모직 ․ 삼성물산 합병 논란에 부쳐

daum an 2015. 6. 11. 16:39

지난 5월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6월4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어쏘시어츠(Elliott Associates)가 ‘경영참가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엘리엇은 합병비율 문제를 제기하며, 9일에는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수정하기 위해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독소조항을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급기야 6월10일 “자사주 매각은 없다”던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2대주주(10.18%)인 KCC에 자사주(5.76%)를 매각했다. 재벌과 투기자본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정무위원회)은 이번 사건은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우선이냐, 해외투기자본에 의한 국부유출 방지가 우선이냐”는 해묵의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벌과 투기자본의 비합리적인 행태 모두를 우려하면서, 합병 논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당국의 조사를 요구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된 것으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합병시점은 삼성물산 이사진에 배임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제일모직에 유리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비율은 최근 1개월, 최근 1주일,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하여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1개월 거래일은 18일, 최근 1주일은 4일, 최근일(5.22)은 단 하루다. 합병시점의 최근일 종가는 제일모직이 163,500원, 삼성물산이 55,300원이었다.
 
반면 제일모직 상장(14.12.18)이후 6개월 간 거래량가중 평균가격은 제일모직이 143,371원, 삼성물산이 58,731원이었다. 따라서 합병시점에 제일모직 주가는 과거 6개월 평균보다 14% 고평가 되었고, 삼성물산은 5.8% 저평가 되었다. 삼성물산의 경우 과거 1년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가격이 65,991원이고 19.3% 저평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합병 거래가 회사와 주주에게 공정성의 원칙을 준수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만약 합병시점을 달리했다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0.35가 아니라 평균적으로 1:0.41이 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합병 당시 합병가액을 근거로 제일모직 주주들은 2조1496억 원의 이득을 보았고, 삼성물산 주주들은 4630억 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이재용은 제일모직 23%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다. 합병시점의 합병가액을 근거로 주식가치를 계산하면, 이재용 등 세 자녀는 8000억원이 넘는 이득을 본 셈이다. 삼성물산 이사진이 자신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회사와 주주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는지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만약 시가가 아니라 비상장회사에 적용되는 순자산 방식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했다면, 제일모직의 주당 순자산가액은 39,412원, 삼성물산은 84,653원이 되어 합병비율은 1:0.35가 아니라, 1:2.15로 평가되었을 수도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가액 산정시 시가 가중평균 가격에 10%를 할인 또는 할증할 수 있다. 이번 합병의 목적은 단 하나,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력 강화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3대주주(4.06%)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2대주주인 삼성생명(7.54%)을 제일모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재용(삼성전자, 0.57%)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실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만 1분기 말 기준 8조6천억원으로 합병가액으로 평가한 삼성물산 시가총액과 동일하다. 따라서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이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라면, 삼성물산 이사진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가에 할증을 요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자사주 매각은 없다”던 삼성물산 이사진이 긴급하게 자사주를 매각한 결정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 처분은 전적으로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다. 그러나 의결권이 생기는 자사주를 특정주주에게 매각하면 신주발행과 사실상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합병 상대방인 제일모직 2대주주에게 자사주를 매각하는 행위는 문제가 많다. 2세가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했다면 3세는 자사주를 통해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순환출자나 자사주는 모두 회사 돈이다. 지난해만 삼성그룹은 100대기업 자사주 매입총액의 60%가 넘는 3조6천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가 주주가치가 아니라 총수의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기준 의원은 “삼성 계열사 합병은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가 목적이다”라면서, “재벌총수가 순환출자로 그룹전체를 지배하는 기형적인 삼성의 지배구조 허점을 해외투기자본이 노리고 들어왔다”다 설명했다. 따라서 “합병 시점과 비율 관련 삼성물산 이사진에 배임 의혹이 없는지, 합병비율 문제로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는 않았는지 면밀히 따지고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엘리엇은 10일 삼성물산 종가(75,000원)를 기준으로 1600억원(24.7% 수익률)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면서 합병 전후 불공정거래나 공시의무는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조사하고 향후 먹튀로 인한 투자자 피해 방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