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상

박정희 시대의 역사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 국민에게 큰 불행.

daum an 2012. 9. 13. 13:52

 이부영 전 의원(유신 시절 언론인),tbs<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 인터뷰 전문

[시사우리신문/편집국]열린 인터뷰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또한번 역사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인혁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발언이 논란의 발단이었죠. 박 후보는 이어서,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유신 시절, 자유 언론을 위해서 투쟁하신 분이죠. 이부영 전 의원과 인혁당 사건 발언 논란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송정애 : 안녕하십니까?

이부영 : 안녕하셨어요?

송정애 : 예. 일단 박근혜 후보의 이런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 지, 그 배경이 되는 인혁당 사건을 한번 정리해 주시죠.

이부영 : 예. 인혁당 사건은 1차 2차 사건으로 나눠집니다. 1차 사건은 1964년에 있었던 41명의 진보성향 지식인들이 연관되었다고 조작된 사건이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지검의 이영훈 공안부장 등 공안검사들이 중앙정보부에 국가보안법, 반공법 송치 사건을 사건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거부했던 유명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분들은 거의 조사 단계에서 석방되고 몇 사람만이 단순반공법 사건으로 재판 받았죠. 당시 거세게 전개됐던 한일협정반대운동이 이른바 1차 인혁당의 배후조종을 받았다고 덮어쓰기 위해 조작된 사건이었습니다. 2차 사건이 바로 오늘 말하는 1974년도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입니다. 다시 말해서 재건된 인혁당 인사들이 여정남 씨라는 경북대학교 졸업한 학생운동지도자를 통해서 전국적인 학생 시위를 일으켜서 정부를 정복하려던 민청학련이라는 반정부단체를 배후 조정한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송정애 : 예. 2차 인혁당 사건 당시에 의원님은 기자생활을 하셨던 거죠.

이부영 : 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였죠.

송정애 : 김지하 시인으로부터 옥중수기를 받아서 신문에 실었는데 그 글에 인혁당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됐다는 증언이 최초로 공개됐다, 이게 맞습니까?


이부영 : 예. 그 당시 저는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됐다가 1975년 초에 김지하 시인을 그 장모이신 박경리 여사 댁에서 만나서 1974년이라는 제목으로 옥중수기를 받았습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인 사형 당했죠? 하재완 씨가 고문을 받아서 온 몸이 망가지고 항문으로 창자가 삐져나오고 피똥을 계속 쌀 정도로 고문을 당했다고 이렇게 얘기를 주고받은 것을 통해서 김 시인에게 하소연한 것을 그대로 옮겨놓았습니다. 인혁당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을 최초로 공개한 글이었습니다.

송정애 : 그러다 2007년에 들어서 재심판결이 나왔던 거죠?

이부영 : 그렇습니다.

송정애 : 그렇게 해서 “2개의 사법 판결이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고요?

이부영 : 네네.

송정애 : 이게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박 후보가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들을 하고 계시다” 이런 발언을 했는데 이건 어떤 근거에서 나온 말입니까?

이부영 : 예. 1964년 한일협정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구속됐던 서울대 출신의 모 인사가 2008년 자신이 1964년 인혁당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고 인터뷰한 일이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은 서울지검 공안부장을 비롯한 공안검사들조차 조작한 사건이라고 송치를 안 받겠다고 거부한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서울대출신 모 인사는 2006-2008년 그때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했던 분입니다.

송정애 : 예. 그래서보면 최근 증언의 근거가 그분이라면 박근혜 후보가 1차 인혁당과 2차 인혁당 사건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이부영 : 그렇습니다. 1975년에 사형선고를 받았던 그 사건이 2007년에 무죄라고 뒤집혔잖아요? 그 시대의 의미를 박 후보 자신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사법부가 자신들 판결이 잘못됐다고 시정한 것 아니에요? 그런데 그 시정안 판결을 못 받아들이는 분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그런 역사인식을 가지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잘 헤아려지지가 않아요.

송정애 : 사실 인혁당 사건은 대표적인 사법살인사례로 지적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캠프 관계자들 얘기 들어보면 박 후보의 역사관은 후보 개인의 판단 영역이다, 딸로서 아버지를 부정하는 일이 쉽겠느냐, 건들일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런 얘기도 하는데요. 이걸 개인적인 문제로도 볼 수 있겠습니까?

이부영 : 역사라는 것이 “계속 현실과 과거와 미래가 대화하는 장이다” 이런 말도 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박정희 대통령이 1960년대 1970년대 한국을 통치하면서 1930-40년대 일제 군국주의자의 의식과 행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단 말이죠. 그것이 우리 국민에게 큰 불행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시대의 역사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 국민에게 큰 불행입니다.

송정애 : 그런데 박 후보는 이런 얘기를 자주 하거든요. “우리의 큰 방향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해야한다” “잘못 됐다고 계속 과거 이야기만하다보면, 계속 과거로만 간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부영 : 미래를 지향한다, 좋죠.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자꾸 과거를 강변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 아니에요? 그래서 문제인 거예요. 누가 미래를 지향하지 말자고 합니까? 박 후보 자신이 자꾸 과거가 옳다고 강변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송정애 : 태도의 변화가 있다면 과거 얘기를 계속 하지 않을 텐데?

이부영 : 그렇죠. 그 안에 갇혀계신 것 같아요.

송정애 : 그럼 대선 후보의 이런 역사관이 향후엔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부영 : 아직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후보 신분이잖아요? 그런데도 이 모양인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걱정이에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역사의 지체·퇴행현상이 다시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것도 한 순간이겠죠.

송정애 : 대법원의 재심을 판결을 존중한다고 일단 박 후보가 후퇴했습니다만 두 개의 판결 발언은 인혁당 사건의 재심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일 테고요. 따라서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는 이런 우려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부영 : 저는 참 이런 얘기할 때는 곤욕스러운데요. 그렇지 않아도 같은 사건에 대해서 상반된 판결을 사법부가 내놓은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사법부가 75년의 역사관을 그대로 가진, 요즘과는 정 반대되는 역사관을 가진 대통령을 다시 맡게 된다는 것은 사법부로써는 굉장히 곤욕스러운 일일 거예요. 앞으로 저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다시 어떤 자세를 보일지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송정애 : 예. 박 후보가 "당시에 피해를 입거나 고초를 겪은 분들에 대해선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피해자 가운데 한 분이죠. 유인태 의원은 박 후보가 피해자들을 '부관참시'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이나 유족들의 반응은 어떻게 살펴보셨는지요.

이부영 : 오늘도 그 분들이 새누리당 앞에 가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합니다만 그분들은 기가 막힌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해요. 일제식민지배가 한국국민에게 큰 혜택이 됐다고 주장하다가 가끔 사과도 하는 일본 정치인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일본정치의 그런 모습하고 박근혜 후보 얼굴이 왜 이렇게 겹쳐지는지 모르겠어요.

송정애 : 예. 진정성이라는 게 담보돼야 한다, 그런 말씀으로 들리네요.

이부영 : 다음에 다른 마음을 가지고 필요한 말을 바꾸고 하는 것, 그 일본 사람들에게서 자꾸 그런 모습을 확인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박 후보 얼굴하고 일본 얼굴하고 자꾸 겹쳐지는 거예요.

송정애 :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서 너무 정치적 공세, 정치색이 강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여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부영 : 그렇게 정치공세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견해겠죠. 무고한 사람 죽이고 고문하고 징역 살리고 했던 그 박정희 시대에 혹시 그분들은 행복하게 사셨던 분들이 아니었나, 모르겠어요. 피 흘려서 얻어낸 민주주의를 방패삼아서 박근혜 후보 같은 그런 분의 반민주적인 역사인식까지.. 오히려 민주주의를 이용해서 지켜내려는 거예요. 무서운 일입니다.

송정애 : 지금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박 후보의 역사관 논란이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예상 하십니까?

이부영 : 저는 최근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박 후보 역사관에 대해서 일부 비판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일반 국민이나 박 후보 역사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그분들은 차치하더라도 새누리당 안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분이 있다는 게 저는 너무 당연하다고 봐요. 그런 비판마저 없다면 21세기 대한민국에 있어야할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이 스스로 박 후보가 그런 역사 인식ㄷ을 바꿔가도록 역사 논쟁을 벌려나가야 한다고 봐요. 저는 지켜볼 겁니다. 만약 새누리당에 그런 건강한 에너지가 없다면 저는 새누리당이 이 시대의 소행을 맡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새누리당도 당연히 이런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해선 논쟁을 벌여 나가야해요. 그러지 못하면 21세기를 어떻게 새누리당이 책임지고 나아갈 수 있겠어요?

송정애 : 예.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부영 :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송정애 : 지금까지 이부영 전 의원이었습니다.

출처:tbs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