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세상

사랑의 역사

daum an 2008. 12. 1. 19:05

사랑의 역사

                                                                           이병률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으로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 만한면 받치고 굳을 만하면 받치는 등 뒤의 일이 내 소관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됐을 때

마음의 뼈는 금이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난데없이 여름 냄새가 풍겼습니다